에니어그램 성격 유형에 있어서 부차적인 유형으로서 날개를 이미 살펴보았다. 그런데 날개에 대한 개념이나 이해가 분명하지 못한 이들이 더러 있음을 본다. 기본 유형이 유아기에 부모와의 관계나 부모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에 따라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차적 유형 또한 부모와의 관계에서 결정되는 것은 똑같다. 이론적으로나 임상적으로 똑같이 관찰된다.

격정이나 본능이 똑같이 잠재적인 에너지가 어느 방향으로 쓰이며 표현되는 정도가 어떠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격정 그 자체가 잠재력 potential의 오남용 또는 미사용 내지 과소 사용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본능도 잘못 사용될 때 사람을 격정에 사로잡히게 하거나 에너지를 오도할 수 있다.

따라서 격정에 사로잡힐 때 무익한 것처럼, 본능의 조화가 깨지면서 잘못 표출될 때 무익하다. 왜냐하면, 본능의 부조화는 바로 퇴화, 불건강, 또는 미숙으로 나타나며, 실제로 스트레스, 공포, 불안, 우울증세나 노이로제 또는 폭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본능은 일반적으로 호흡, 심장박동, 혈액순환, 소화 기능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모든 반사 작용도 본능적 기능이다. 그런데 운동 기능도 본능적이지만 모방과 학습에 의하여 숙달된다. 지성 중심, 감성 중심 및 운동 중심이 모두 자동적인 만큼 본능적이다. 그러나 밀착 관찰을 하고 보면 자동적이 아닌 면을 볼 수 있다. 지성 중심보다는 운동 중심이 빠른데, 이 운동 중심은 몸을 따른다.

특별히 수련하지 않으면 몸은 게으르고, 수련을 못하게 하고 따라서 변화와 성숙을 향해 진화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삶의 모습을 분석하면, 생각은 주로 과거에 묶여있거나 쏠려 있고, 느낌은 미래에 가서 있기를 잘 한다. 현재에 남는 것은 몸이다. 그래서 몸이 게으르다. 그런데도 생각에 비하여 몸이 빠르다. 운동 중심에 의하여 하는 행동은 지적 행동보다 더 빠르고 나은 경우가 종종 있다.

생각이나 느낌도 자동적으로 또는 기계적으로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스스로 감지하지 못한 채 하는 언행만 자동적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반사 작용만 본능적이다. 본능적이지만 운동 내지 행동 기능은 모방과 학습에 의하여 형성된다. 그런데 학습과 연습에 따라 습득된 행동이 생각에 따른 행동보다 더 낫다. 예를 들면 군대의 훈련과정에서 신참은 머리로 하는데 비하여 연습과 모방에 의한 고참의 행동이 더 낫다.

본능이 겉보기에는 지나치게 자부심을 가질 만큼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으로는 불행을 안고 있으며, 내면으로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생굴이 제 속에 있는 진주의 값이 얼마 나가는가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 있다. 본능이 통제되지 못하거나 균형이 이루어지지 못할 때에 내면으로부터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본능은 그런 것을 알 수가 없다.

“자기보존 본능은 배에서 일어나고, 보호와 관계가 있다. 사회적 본능은 혀에서 일어나고, 인정욕구로 작용한다. 성적본능은 생식기에서 일어나고 성욕이나 오이디푸스적인 문제로 끌린다.”고 클라우디오 나란호 Claudio Naranjo가 말한다. 한 사람에게 있어서 여러가지 본능적 욕구 가운데서 가장 ‘손상된’ 쪽이 과용되면서 지배적으로 나타난다. 그 결과로 불균형이 우리 자신의 본질적인 필요에 대한 바른 이해나 지각을 왜곡시킨다. 우리의 삶의 대부분이 이 ‘손상된’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한다. 균형이 깨지는 경우는 주로 세가지 본능 가운데 두가지 본능이 거의 동등하게 지배적일 때 나머지 한가지는 배제되면서 나타난다.

보조적인 격정으로서 본능의 초점은 일상 행동에 맞춰지기 때문에 아홉가지 격정이 아홉가지 덕목으로 변화하는 데 결정적인 중심축의 역할을 한다. 세가지 본능이 고르게 쓰이고 균형 잡힐 때, 어떤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또는 완벽하게 행동하며 처신하게 된다. 그리고 변화와 성숙을 향하여 갈 수 있는 내면의 에너지를 동력화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균형은 극히 드물다. 보통 어느 한 쪽은 훼손되어 있거나 상해 있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본능적 불균형을 다루느라 쓰이는 에너지가 결국은 자신의 고착 fixation을 극복하고 변화지향적으로 갈 에너지를 감소시키게 된다. 본능적 욕구는 ‘동물적 본성’을 더 잘 나타내기 때문에 생존 욕구로 작용하고 표현된다. 인간적 본성도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이 두가지 본성이 합쳐져서 ‘거짓 인성 false personality’을 만든다.

에니어그램 유형 아홉가지를 3조의 본능으로 나누어 보면 #8-9-1은 장 중심으로 관계와 행동 중심의 본능이다. #2-3-4는 가슴 중심으로 감정 중심의 본능이다. #5-6-7은 머리 중심의 생각 중심의 본능이다. 3조의 본능 사이에 특징적인 불균형의 패턴이 나타난다. 과용되어 지나치게 표현되는 쪽과 억제되거니 위축되어 있는 쪽과 부족할 정도로 조금 사용되거나 건너뛰는 쪽으로 나타난다.

#2번 유형은 감정을 지나치게 표현하면서 본능적 에너지를 과용한다. 그래서 감정이 넘쳐흐르듯 하고, 지나치게 친절하고 자신의 필요나 숨은 동기는 의식하지 못한 채 남에게 주로 긍정적인 감정만 표현한다. #3번 유형은 감정 본능과 단절된 듯이 일과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의식하지는 못해도 내면에서는 인정 욕구가 작용한다. #4번 유형은 고통스러울 만큼 자의식이 강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부족하다. 이들은 그래서 예술 작업 등을 통하여 자신을 표현하려 한다.

#5번 유형은 생각을 지나치게 표현한다. 그들은 아이디어나 개념이나 상상을 위해서 사는 사람들 같다. 그러면서 구체적 행동이나 삶의 실제적인 측면을 소홀히 한다. #6번 유형은 열린 사고 중심이 주는 지시나 내적 안내와 단절이 될 정도로 산다. 생각은 많이 하는데 지나치게 생각하면서 불안하게 계산하거나 따지면서 추측하고 헤아리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내면의 지혜와 단절된다. 그래서 자연히 믿을만한 사람에게 의존하며 결정적인 행동을 할 자신감을 얻으려 한다. #7번 유형은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부족하다. 지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오히려 남달리 명석하고 머리가 빠르다. 문제는 이 생각에서 저 생각으로, 또는 한 생각에서 행동으로 점프하듯이 옮겨 가며 비약한다. 자기 행동에 대한 검증을 할 여지가 별로 없다. 한번에 너무 여러 가지 일을 벌이든가 과잉 행동이나 끊임없이 행동해야 하는 중독 증세 같은 것으로도 나타난다.

관계/행동 중심의 본능에서 #8번 유형은 본능을 지나치게 표현하기 때문에 자기주장을 너무 강하게 하고 남을 지배하거나 압도하려 한다. 여기에 비하여 #9번 유형은 위축되어서 남에게 부담을 줄까봐 가만히 있는 쪽으로 간다. 심지어 남의 눈에 띄는 것조차 스스로 부담을 느낀다. 따라서 자신의 본능적 에너지와 단절되기 쉽다. #1번 유형은 자신의 본능적 에너지를 통제하려고 애쓰면서 억제하기 때문에 자신의 본능적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부족하다.

결국 에니어그램 수련에 있어서는 각기 자신의 에니어그램 유형과 특정한 격정을 관찰하며 꽉 잡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분별하며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손상된’ 본능적 욕구이다. 바로 이것이 자기의 격정을 자극하며 움직이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에니어그램 격언

김영운 목사님께서 적으시는 매일의 묵상입니다.

수련 인성을 위하여 : 늘 깨어 있으라 기계적 삶에 저항하며 살기 위하여 수련하는 목표이자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정진, 또 정진! 명상 27 : 에니어그램을 이해하면 할수록,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The more I understand enneagram, the better I understand that I know nothing about it. 명상 28 : 모든　완전한　전체， 모든　우주， 모든　유기체，　 모든　식물은 에니어그램이다． Every complete whole, every cosmos, every organism, and every plant is an enneagram. - Gurdjieff 명상 29 :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바라보라. Do not think, but look. - Ludwig Wittgenst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