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 제각기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한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다니는 나이까지 살다 보니 내 재능이 무엇인지 깨달아 진다. 나는 이것저것 엮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공동체운동을 하는 것 같다. 혼자 노는 것 보다 여럿이서 같이 노는 것이 더 재미가 있다. 친구들끼리 서로 소개를 해 주어서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고, 단체와 단체끼리도 연결을 해 주어서 그 힘을 합치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나는 ‘공동체문화원’이라는 명함을 가지고 다니지만은 그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분명하게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 이유는 공동체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 여러 곳에 관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공동체는 하느님의 손길이 닿는 곳이라면 그 어느 곳도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보잘것없는 내 자신이지만 상상할 수도 없는 큰 우주 속에 내가 속해 있고 그 우주의 에너지 속에서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나의 삶은 너무나 좁기 때문에 생각과 삶의 균형이 잘 맞지 않는다. 내가 어떤 친구들을 소개하면 그 친구들과 나도 함께 잘 놀기를 원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소개한 두 사람만이 친해져서 나를 따돌릴 때가 있다. 나는 이럴 때는 속이 상한다. 두개의 단체가 연대하여 어떤 뜻을 이룬다면 효과가 더 좋을 것 같아서 프로그램 제안을 하면 서로가 경쟁을 하거나, 배타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나는 이럴 때는 슬퍼지기도 한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이런 것일 텐데 왜 인간들은 단체이기주의에 빠질까?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 엮여져 살면 좋겠는데 그런 것도 일회성으로 그치고 마는 경우를 본다. 여러번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만 귀찮아하는 태도가 나타난다. 남자와 여자가 자연스럽게 같은 일을 협동하며 잘 해 나가는 세상, 지위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을 내리 누르지 않는 세상, 권력이 있는 사람이 그 권력을 가지고 약한 사람을 위해 헌신해 주는 세상, 결혼한 딸이 시집, 친정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사는 세상, 어쩌다 친구를 만나러 나간 주부가 남편이 집에서 기다린다고 마음 졸이며 서둘러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 젊은 부목사가 담임목사의 눈치를 살피지 않으며 당당하게 목회 할 수 있는 교회, 상대방 정당의 일을 서로 물어뜯지 않고도 잘 사는 나라, 조교는 교수의 심부름꾼이 아니고 명실공히 협조자라는 느낌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 대학……. 이런 저런 것을 엮어 가다가 보면 정작 내가 명함판에다 찍어가지고 다니는 ‘공동체문화원’은 그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도 좋다. 세상이 잘 엮어져서 부드럽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래도 보람을 느낀다. 보수, 진보 양쪽을 다니다 보면 처음에는 양쪽에서 나를 경계하던 사람들이 어느 만큼 가다보면 양쪽에서 다 자기편이라고 여겨주는 일도 생기기 때문이다. 공동체적인 삶이 확산되는 것이 ‘공동체문화원’의 보람이다.

며칠 전에 어느 친구를 만났다. 그의 남편은 목사인데 농촌에서 오랫동안 목회를 하고 있다. 딸이 결혼을 했고, 신랑이랑 함께 영국 유학을 간다고 인사를 하러 왔다. 가난하게 산다는 것은 농촌에서의 보통의 삶이던 시절에 목회자도 물론 그 속에 있었다. 딸 하나 키우면서도 대학까지 보내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 삶이었던가를 나는 20년이 넘도록 지켜보았다. 그들은 기도와 사랑으로 농촌을 버리지 않고 지켜왔다. 그런데 그 친구가 내 앞에서 딸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옛날에 네가 어렸을 때, 서울의 어느 교회에서 농촌교회에 라면을 사 보내자고 하는 의논을 하는데 내가 우연히 엿듣게 되었어, 다들 ‘싼 것’으로 사자고 하는데 전도사님은 ‘비싼 것’으로 사자고 하더라, 다른 사람들은 양적으로 따지는데 전도사님은 언제 그런거 먹어보냐면서 질적으로 얘기 하시더라, 너도 이런거 본받으면 좋겠어.” 나는 그런 일을 기억도 못하는데 내가 한 작은 행동이 딸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은 일이었다니! 이런 분위기로 ‘공동체 삶’을 사는 친구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나는 오늘도 희망하며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