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메시야를 기다리는 요한

‘나보다 더 능력이 있는 이가 내 뒤에 오십니다. 나는 몸을 굽혀서 그의 신발 끈을 풀 자격조차 없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는 여러분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입니다’(막1:7-8). 메시야를 기다린 요한이 이렇게 선포하는 데서 메시야 대망 사상이 강력하게 표현된다.

세례자 요한 같은 에니어그램 #1번 유형들은 대체로 유토피아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다. 오직 거기에서 완전하고 온전한 사회, 정의 사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한이 자기에게 세례를 받으러 찾아온 사람들에게 회개를 촉구한 것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유대인들에게 오랫동안 전승되어온 메시야 대망 사상이 절실하여 메시야 왕국을 갈망하게 되었다.

당시 시대적 상황이 요한에게 더욱 더 정의를 주창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제정일치 시대에 제사장 계급인 사두개파는 최고 지도자급이지만 로마와 타협하며 살았다. 평신도 지도자들인 바리새파는 율법주의와 형식주의에 깊이 빠져 있었다. 열심당이라 일컫는 사람들은 이스라엘 독립 운동을 한 사람들이었다. 헤롯당과 세리 같은 사람들은 로마의 앞잡이였다.

이런 상황에서 암하아렛츠라 불리우는 민중은 도탄에 빠져 있었다. 메시야가 나타나기 전에는 좋은 세상은 꿈도 꿀 수 없는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지도자들에게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은 누구보다 #1번 유형들이 견디기 어렵다. 세례자 요한은 민중의 인기를 한 몸에 지녔던 만큼 그들이 갈망하며 기다리는 메시야를 기다리는 마음이 가장 강렬했을 것이다.

정의를 갈망하며 완전주의 성향이 강했던 요한은 아버지 사가랴가 제사장이었기에 자신도 제사장 반열에 서 있었으나 결국은 에세네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나실인 생활을 하며 광야에서 지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에세네파는 타락한 제사장 계급 사두개파와 분리되어 광야에서 은둔 생활을 하며 경건과 순결을 지켰다.

메시야 대망 사상이 누구보다 절실했던 세례자 요한은 감옥에 갇혔을 때 자기의 제자들을 예수께 보내어 물어 보게 하였다. “오실 그분이 당신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1번 유형은 완전주의 성향 때문에 긴장하면, 알고 있던 것도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사회 활동과 관계 속에서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재확인해야 할 경우에, 확인하지 않고 자기 판단으로 확정하거나 결론을 내리면 독단이나 독선으로 받아들여질까봐 염려되고 그래서 불안해지기 쉽다. 메시야를 기다리던 요한이 예수를 소개하면서 이미 선포하였는데도, 위기를 느끼면서, 다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헤롯 안티파스의 결혼에 반대하며 그를 비판하다가 감옥에 갇힌 것도 #1번 유형의 정의감과 완전주의적 성향이 발로된 결과였다. 헤롯이 자기 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를 아내로 삼았던 것이다. 세례자 요한이 말하였다. ‘그 여자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 결과 감옥에 갇힌 몸이 되었을 때 요한은 불안하기도 하고 초조하였을 것이다. 자기가 생각하였던 메시야가 맞다면, 예수께서 어서 속히 메시야 시대를 선언하고 나서야 할 것으로 기대하였을 법하고, 그렇기에 기대한 대로 나타나지 않았을 때 세례자 요한은 조급한 마음마저 들었을 법하다. 예수가 이미 열고 있는 메시야 시대의 징조를 보는 눈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4. 빛을 증인하는 세례자 요한

4복음서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세례자 요한을 다룬 만큼 비중 있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해와 평가는 다양하다. 종합적으로 보면, 출중한 인물이지만, 명암이 엇갈리고, 장단점이 다 드러나는 것은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다. 누구나 격정에 사로잡히면 제한적이고 부정적인 모습이 나타날 수밖에 없으나, 격정을 사로잡으면 덕목을 살리며 긍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세례자 요한은 먼저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사 40:3)로 등장한다. ‘내가 내 심부름꾼을 너보다 앞서 보낸다.’(말 3:1) 한 것과 같이, 세례자 요한은 하나님이 보내신 심부름꾼, 메신저, 길을 닦는 사람, 예비하는 사람, 그의 길을 곧게 하는 사람 등 여러 가지로 묘사된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혹시나 ‘메시야가 아닐까’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예수와 대조를 이루는 것은 분명하다. 세례자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셨다.’(막1:14) ‘때가 찼다’ 곧 카이로스가 되었다고 선언하였다. 요한과 예수의 대조적인 장면은 또 있다.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러 예수가 나타났을 때, ‘내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내게 오셨습니까?’라고 말하면서 예수의 우월성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예수가 ‘지금은 그렇게 하도록 하십시오. 이렇게 하여, 우리가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옳습니다.’라고 말씀하시자 ‘그제서야 요한이 허락하였다’고 성서는 증언하고 있다(마3:14-15). 결국 세례자 요한은 예수가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며 ‘모든 의를 이루게’ 하는 일에 도우미가 된다. 자신의 소명에 책임적으로 충실하다.

‘그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오.’(눅 3:16)라고 증언한 그에게 세례를 주는 것이 요한에게는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분별의 지혜와 책임 의식이 강한 #1번 유형은 분에 넘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책임감 때문에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수행한다.

요한은 예비자로서, 길을 닦는 사람으로서 사명이 있다. 그러나 그의 존재와 행동이 궁극적으로는 예수를 증언하는 것에 귀결된다. 이런 의미에서 요한복음의 기록은 돋보인다. 세례자 요한을 두고 ‘빛을 증언하러’ 온 사람이라고 한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다. 그 이름은 요한이었다. 그 사람은 그 빛을 증언하러 왔으니, 자기를 통하여 모든 사람을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요1:6-7).

에니어그램 #1번 유형이 변화하고 성숙하여 덕목을 살리며 통합의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게 되면, 온유하고 부드럽고 책임을 다한다. 그러면서 평정을 살리기 때문에 일도 삶도 즐겁고 행복하게 한다. 요한에 대한 기록 가운데서도 공관복음서와 대조적으로 요한복음에서는 ‘빛을 증언’한다고 표현한 만큼 밝다.

세례자 요한이 증언한다. ‘보시오,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입니다.’ Ecce Agnus Dei! “내가 전에 말하기를 ‘내 뒤에 한 분이 오실 터인데, 그분은 나보다 먼저 계시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입니다’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분을 두고 한 말입니다”(요 1:30). 이렇게 하는 요한의 말을 듣고 요한의 두 제자가 예수를 따라 갔다고 한다. 자신의 생의 목적인 예수를 증언하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세례자 요한은 ‘돌아온/살아난 엘리야’ 라고 할 뿐 아니라, 예수의 말씀도 ‘여자가 낳은 사람 가운데서 세례자 요한 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고 하였다. #1번 유형 개혁자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 하겠다.

‘그런데 하늘나라에서는 아무리 작은 이라도 요한보다 더 크다’는 말씀을 특히 #1번 유형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에니어그램 격언

수련 인성을 위하여 : 늘 깨어 있으라 기계적 삶에 저항하며 살기 위하여 수련하는 목표이자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정진, 또 정진! 명상 46 명심하라. 수련은 수련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수련은 오직 수단일 뿐이다. Remember that work is not for work's sake but is only a me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