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건강과 자유와 행복’을 절실하게 생각합니다. 건강하려면 몸도 마음도, 가정도 사회도 건강해야 합니다. 자유하려면 정치, 경제, 종교 모든 면에서 자유를 누려야 합니다. 행복하려면 가정의 행복에서 시작하여 나라도 세계도 모두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주제가 절실한 데 반하여 현실은 그와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집니다. 가정의 행복과 단란함 자체가 어려운 듯이 보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으나,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모두가 너무 바쁘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맞벌이 부부’이기에 직장에서 돌아와도 자라나는 자녀들과 시간을 함께 지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녀들은 이른 나이부터 학원이다, 과외다 쫓아다니다가 밤늦게야 집에 옵니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실제론 그렇게 도모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린 자녀들에게는 무엇보다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사랑의 손길이, 따듯한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사랑은 필수과목’입니다. 성격형성 과정을 생각하면 특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6세까지가 부모의 사랑이 가장 절실할 때입니다.

유아기에 양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어린이는 외로움을 많이 타고, 의기소침하거나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대체로 맞벌이 부모 밑에서 성장한 어린 자녀들이, 먼저,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저녁에 짧을지라도 질 높은 시간을 함께 하며 사랑을 느끼게 해주지 못하면, 어린이는 사랑을 긍정적으로 경험하지 못합니다.

에니어그램 성격 유형과 유아기 기원의 상관관계가 말해줍니다. 양친 부모의 사랑을 부정적으로 또는 소극적으로 경험한 어린이는 자라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어떤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현실적으로가 아니라 공상이나 상상 속에서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해집니다. 그러면서 우울증에 빠지기 쉽고 무기력해지기 쉽습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도 ‘사회의 에니어그램’으로 보면 개인주의 형인, 에니어그램 4번 유형이 늘어난 것과 상관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 중에서도 사회 변동에 따라 맞벌이 부모가 많아진 것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성격 유형은 감정이 예민하고 풍부하고 상상력과 예술 감각이 뛰어납니다. 우리나라에 연예인이 많을 뿐 아니라 ‘한류 붐’을 일으키는 것도 이런 유형들이 크게 보탬이 됩니다.

반면, 이런 유형은 고통이나 고난에 부딪히면 대화와 소통으로 푸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되며, 그러다가 슬픔과 고독이 심해지면 행동장애가 나타나며 급기야는 자살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최근에 연예인 자살이 연이어 생기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OECD 30개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 다름 아닙니다.

반세기 전 비극적인 6.25 동란을 치루고 전쟁의 폐허가 된 상황에서도 자살 인구가 의외로 적어서 미국에서 온 조사단이 놀랐던 일화가 무색하기만 합니다. 자살 충동이 에니어그램 4번 유형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고민이 있거나 고독이나 슬픔을 느낄 때, 자기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 키운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보면 끝내는 돌이키지 못할 길을 택하기 쉽습니다.

자살률이 높아지는 데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하고 있고, 종교인협의회 같은 단체에서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맞벌이 부모를 줄일 수 없는 한, 그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기만 합니다. 한편으로는 부모들이 맞벌이를 하든 하지 않든, 어린 자녀들 사랑에 더욱 열정을 쏟는 일이 가장 절실하기만 합니다. 특히 맞벌이 부모들은 의도적으로 아침저녁으로 짧게라도 자녀들과 질 높은 대화의 시간을 공유하면서 애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들 사이에 스토리텔링을 살리며 대화와 소통의 능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어떤 고통이든 이겨내기만 하면 자신의 성숙을 가져옴은 물론 능력의 함양도 된다는 사실을 심어줄 일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무엇보다 명심할 일은 자녀들의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수과목’입니다. 사랑밖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