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4복음서가 모두 예수님의 이야기를 부활 사건으로 끝맺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서의 경우는 그에 앞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무엇인가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잡히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 함께 하신 ‘다락방 강화’(요13:31-17:26)가 그것입니다. 다락방 강화는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말씀과 제자들을 위한 기도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를 보면 예수께서 제자들을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하셨는가를 짐작하게 합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전심으로 당부하신 말씀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예수께서 세상에서 이루고자 했던 목적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그렇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랑’ 앞의 ‘서로’라는 말뜻을 놓치게 되면 예수께서 당부하신 사랑의 본질을 잃을 수 있습니다. 우리 각 사람은 서로에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원수가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자연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창조의 신비가 되기도 하고, 파괴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각 사람이 ‘서로’ 사랑함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은 완성됩니다. 자기만을 사랑하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 아닙니다. 세상이 척박한 것은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저마다 자기만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유기질이 풍부한 식품을 비닐백이나 밀폐용기에 오래 담아두면 곯아버립니다. 기름기 있는 음식물이 곯아버리면 냄새까지 고약합니다. 사랑도 곯습니다. 나만 사랑하고, 내 자식만 사랑하고, 내 사람만 사랑할 때 그런 사랑은 곯습니다. 예수께서 “서로 사랑하라”고 당부하신 것은 서로에게 확산되는 사랑을 하라는 것입니다. 사랑이 확산되지 않고 한 곳에 머물러 있게 되면 그것이 곯아 독소를 방출합니다. 집착이 되고, 편집이 되고, 아집이 되고 더 나아가 원수가 됩니다. 사랑 때문에 일어나는 불미스런 사건들 대부분이 그들의 사랑이 확산되지 않고 한 대상에 고착되거나 집착한 데서 비롯됩니다. 최근 들어 한국의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은 그들의 사랑이 곯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서로’ 사랑은 소통하는 사랑입니다.

‘서로’는 각기 하나이면서, 둘이기도 하고, 셋이기도 하고, 모두이기도 합니다. ‘서로’ 사랑은 지배하지 않는데도 존중하고, 억압하지 않는데도 순종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사랑은 ‘서로’에게로 흘러넘치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서로에게 흘러넘칠 때 기적이 일어납니다. ‘서로’가 커질수록 더 큰 기적이 일어납니다. ‘서로’가 둘일 경우 두 사람만큼의 기적이 일어나고, 셋일 경우 세 사람만큼의 기적이 일어나고, 천명 만명이 ‘서로’ 사랑할 때 세상이 변하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교회 역사를 보면 예수님의 “서로 사랑하라”는 당부가 초대교회에서는 활활 타올랐습니다. 그러던 것이 주후 10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로는 점차 ‘서로’ 사랑이 시들기 시작합니다. 신약성경 가운데 그와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이 요한서신입니다. 강해설교자인 바클레이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교회는 마치 열광과 흥분이 지나가고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 을씨년스런 경기장과도 같았다.” 요한서신에는 분명 박해를 받고 있다는 흔적이 없습니다. 교회를 시들게 한 요인이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가장 큰 요인은 ‘서로’ 사랑이 시들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시든 자리에 들어선 것은 거짓 교사요, 부도덕이요, 원수 맺기입니다.

요즘 한국교회 지도자들 가운데 교회가 예전처럼 부흥하지 못하는 것을 염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양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염려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인다 할지라도 사랑이 확장되지 않는 교회라면 그런 교회는 장터에 모인 군중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한국교회는 일제식민지와 남북전쟁의 비참한 죄악의 역사 가운데서 신음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로부터 큰 자비를 입었습니다. 그러했음에도 한국교회는 죄악에 대한 근원적 성찰은 없고 편 가르기만 부추겨왔습니다. 무엇보다 북녘 동포에 대한 한국교회의 태도는 전쟁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사랑의 확산보다는 원수 맺기가 마치 애국인 것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이제 원수 맺기의 종지부를 찍어야 합니다. 그리고 믿음의 이름으로, 정열적으로 살지만 실은 죽음의 에너지를 방출하며 살고 있지 않는지 자문해야 합니다. 가정의 달 오월입니다. 기도하기 위해 안으로 모은 손 이제 밖으로 펴보시기 바랍니다. ‘서로’에게로 편 당신의 손이 기적을 일으킬 것입니다.

시골 길가 홀로 선 엉겅퀴
도도하다.

사람 앞에 서는 것
말하는 것
싫어하고
어려워했는데
널 다시 바라보니
너 수고 참 많이 했구나.

널 생긴 그대로 사랑하마
넌 처음부터
너의 독특함으로 겸손하게
네 삶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