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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의 귀국 날자가 다가오고 있었어요. 나는 가슴이 뛰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대장은 날 차에 태우고 부대를 나왔어요. 달려간 곳은 도시 근교 숲속의 야외공연장이었답니다.
무대엔 소매 긴 옷을 입고 고깔 쓴 여인네가 슬픈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이보시오 시주님네 이내 말쌈 들어보소
이 세상 나온 사람 뉘덕으로 나왔능가
불보살님 은덕으로 아버님전 뼈를 타고
어머님전 살을 타고
칠성님께 명을 빌어
제석님께 복을 타고
석거여래 제도하사
인생일신 탄생허니
한 두 살에 철을 몰라
부모 은공 아올쏘냐……
인간 백년 다 살아도
병 든 날과 잠 든 날과
근심걱정 다 제하면
단 사십을 못 사나니
어제 오늘 성턴 몸이
저녁 낮에 병이 들어
섭섭하고 약한 몸에
태산 같은 병이 들어
부르나니 오마니요
찾나니 냉수로다
인삼 녹용 약을 쓴들
약덕이나 입을쏘냐
판수 들여 경 읽거늘
경 덕이나 입을 쏘냐
제미 서되 쓸고 쓸어
명산대찰 찾아가니
상탕에 마지허고
중탕에 목욕허구
하탕에 수족 씻고
황촉 한 쌍 벌여세고
향로향분 불 밝히고
소지 삼장 드린 후에
비나니다 비나니다
하느님전에 비나니다……

회심곡은 계속되었어요.
대장은 그날 공연장 근처에서 빈대떡과 소주를 마셨어요.
전기줄에 매달린 알전등마다 불이 들어오고, 여러 개의 차일 밑에는 사람들이 들끓었어요. 음식이 담긴 크고 작은 그릇을 든 사람들이 들고 나고, 음식냄새와 웃고 떠드는 소리가 골짜기를 가득 채웠어요. 차일 밖에서는 돼지고기와 빈대떡이 숯불과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끓었어요.

문경새재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 눈물이로구나

골짜기에서는 이제 녹음된 진도아리랑이 들려오고, 대장은 이제 파이프 담배를 피웠어요. 무슨 축일같은 분위기였죠.

그 녀석 참 자알 생겼군.
대장 곁에 앉아있던 사내가 말했어요.
순종이야.
대장 곁에 앉아있던 다른 사내가 말했어요.
그들은 탁자를 가운데 두고, 세 개의 다리가 달린 나무의자에 앉아있었어요. 나는 코를 벌름대며 고기냄새를 맡았죠. 그렇지만 엉덩이를 깔고 앉아 차일 밖의 밤하늘을 무심한척 쳐다보았죠.
의젓하기도 하군.
대장 곁에 앉아있던 또 다른 사내가 말했어요.
그러니까 데려가고 싶은 거지.
대장 곁에 앉아있던 또 다른 사내가 말했어요.
그랬어요. 데려가고 싶으면 데려가면 되는 거죠. 그런데, 데려가고 싶을 뿐 데려갈 수는 없었던 거죠. 나중에야 알게 된 얘기지만, 대장의 가족은 그때 뉴질랜드에 가 있었어요. 뉴질랜드라는 나라는, 다른 나라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개 같은 동물을 데려가는 데는 쉽지 않은 문제가 있었나봐요. 이를테면, 어느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우리 같은 동물을 데려오는데, 그 나라가 어느 나라냐에 따라 규정이 다른거죠.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기르던 개를 뉴질랜드로 데려가려면? 세상에, 여러 가지 절차를 밟아 입국허가를 받기까지 6개월이나 걸리는 거죠.
그것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랍니다. 6개월 후, 화물칸에 실려 혼자 비행기를 타고 간 개는, 뉴질랜드에 도착해서도 그 나라 농무성이 요구하는 검역기간을 거쳐 주인에게 인계되는데 그 기간도 만만치가 않았던 거죠.(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