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충실한 여호수아

성서의 수많은 인물 가운데 충실한 사람으로서는 여호수아만큼 돋보이는 사람도 드물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극심한 학대 속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때, 에브라임 지파 눈의 아들로 태어난 여호수아는 일찍부터 민족의 영도자 모세를 가까이서 보좌하며 살았다. 모세의 후계자가 되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여호수아는 110세에 고향 에브라임 산간 지역 딤낫세라에서 죽을 때까지 충실하게 절제하며 청렴하게 살았다.

여호수아의 본명은 호세아였다. 모세는 각 ‘지파 가운데서 한 사람씩’(민 13:3) 뽑아서 가나안 땅을 탐지하러 보낼 때 ‘눈의 아들 호세아를 여호수아라고 불렀다.’(민 13:16). 여호수아의 이름은 ‘여호와의 구원’이라는 뜻이다. 모세는 여호수아의 충성심과 함께 잠재적인 지도자로서의 품성과 면모를 봤던 것이다. 에니어그램 #6번 유형의 특징이 충실한 사람이요, 질서와 규칙과 명령을 잘 따르는 수호자이다.

현재에도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 가운데 #6번 유형들이 많이 있다. 모름지기 지도자가 될 사람들은 여호수아를 깊이 연구하고 배울 일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능력이 골고루 발달한 시대에는 개인의 능력보다 성실과 충실이 두드러지게 요청되는 덕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모세가 하나님의 명을 따라 제사장 엘르아살과 함께 온 회중 앞에서 그에게 손을 얹고 후계자로 세울 때, 그의 나이가 85세였다.

그는 젊은 나이에 모세의 보좌관이 되어 40년 동안 그의 곁에서 보좌하였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 속에서 민족의 영도자였고, 특히 하나님과 대면하였던 신화적인 존재인 모세를 보좌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며 지도력을 키웠을 것이다. 그러나 학습과 경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성이요, 품성이다. 여호수아의 충성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욱이 모세는 완벽을 추구하는 만큼 격노하는 특징이 있다. 그런 지도자 밑에서 일하는 보좌관은 유난히 인내심과 절제가 요청된다. #6번 유형은 참을 때 잘 참다가도, 한계에 부딪히면 돌출 발언이나 행동이 튀어나오며 반항적이거나 공격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모세의 반복되는 격노에 대하여 여호수아가 그런 반응을 했더라면 그 관계는 위태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여호수아를 후계자로 세울 때,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눈의 아들 여호수아를 데리고 오너라. 그는 영감을 받은 사람이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며 여호수아를 인정하셨다. 모세가 동의하지 못하였다면, 그의 성격상 하나님께라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항변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모세는 이의 없이 주님께서 그에게 명하신 대로 하였다(민 27:18-22, 참조).

#6번 유형은 권위에 순응하는 성향이 강하다. 지도자를 의지하며 순종하면서 그의 강점이나 좋은 면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한다. 무려 40년간이나 모세의 보좌관 생활을 하면서 여호수아는 지도력과 영성 면에서는 모세의 ‘복제 인간’이라 할 정도로 형성되며 큰 영향을 받았다. 모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 여호수아가 원만하게 지도력을 잘 발휘할 수 있었던 힘도 인고의 세월 속에서 강하게 연단을 쌓고 수련하며 내공을 쌓은 데서 왔을 것이다. 게다가 하나님께서 인정하실 만큼 ‘영감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여호수아는 자신에게 주어진 지도자로서 막중한 책임과 임무를 감당하기에 스스로 모자람을 아는 사람으로서 하나님 앞에 두렵고 떨릴 뿐이었다. #6번 유형의 두려움과 용기의 양면을 생각하게 된다.

2. 용기가 필요한 여호수아

누구나 마찬가지로 건강하게 사는 사람도 속에는 격정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도 에니어그램 #6번 유형은 공포심이 속에 있다. 공포는 어떤 무엇을 두려워하기보다 공포 그 자체가 문제라는 말이 있다. #6번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의지하며 자란 배경이 있어서 아버지가 곁에 없으면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의지할 아버지나 아버지 같은 존재가 없고, 혼자서 있거나 뭘 해야 할 경우가 되면 겁이 난다.

이런 유아기 기원을 지닌 #6번 유형들은 성장해서 건강하게 살면서도 때로 자기 혼자서 뭔가 결정하고 실행해야 하게 되었을 때 흔들리기 쉽다. 그래서 #6번 유형은 누구보다도 절대자 곧 하나님을 의지하게 될 때 진정한 용기가 생긴다. 충실한 사람들은 뭔가 어긋나거나 정도에서 벗어나거나 일을 그르칠까봐 조심하는 마음이 조금만 더 가면 두려움으로 커지게 된다. 스스로 해야 할 중압감을 느끼면 한층 더 두려워진다.

충실한 여호수아는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어도, 마음속으로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더욱더 하나님 앞에 바로 서려면 좀 더 심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을 두려워하면 비굴해지지만, 하나님을 두려워하면 용감해지는 역설적 진실이 그에게서 나타난다. 주님께서 이런 여호수아를 꿰뚫어 보신다.

‘모세가 죽은 뒤에, 주님께서, 모세를 보좌하던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다.’(수 1:1). ‘굳세고 용감하여라.’(수 1:6). ‘오직 너는 크게 용기를 내어…’(수 1:7). ‘내가 너에게 굳세고 용감하라고 명하지 않았느냐! 너는 두려워하거나 낙담하지 말아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의 주, 나 하나님이 함께 있겠다.’(수 1:9). 이렇게 하나님께서 재삼 강조하신 말씀에서 볼 수 있듯이, 여호수아에게는 용기와 담대함이 필요했다.

#6번 유형은 남들이 인정할 만큼 능력이 있고 일을 하더라도, 최고의 권위자에게 최종적으로 인정받기까지는 불안한 마음이 서려있다. 하물며 하나님 앞에서랴! 사람들에게는 모세 이후의 최고 지도자가 되었어도, 하나님 앞에 선 여호수아는 어린아이 같은 심정으로 두렵고 떨린 마음이었을 것이다.

#6번 유형의 이런 특성이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의지할 때는 누구도 견주기 어려운 용기가 충천한다. 그러나, 스스로 믿는 마음이 흔들리거나 약해질 때는 불안 증세와 함께 망설임이 생긴다. 평생토록 주님을 의지하며 충실하였던 여호수아도 몇 차례 이런 증세를 나타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정복 과정에서 히위 사람인 기브온 주민들에게 속임을 당하였다. 그들이 거짓으로 꾸미고 찾아와서 조약을 맺자고 청하였을 때, 하나님의 뜻을 묻지 않고 조약을 맺음으로써, 그 당장에는 백성들의 원망을 샀고, 먼 훗날 이스라엘이 남, 북으로 분열되는 씨앗을 남기게 되었다.

둘째로, 우유부단한 자세가 낳은 결과는 자못 심각한 것이었다. 여호수아는 후계자를 육성하지 못해서 그의 사후에 사사시대에 이르러서는 큰 혼란이 야기되었다. 현재에 충실한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현재’에 충실하면, 미래지향적 역사의식을 가지고 성찰하며, 미래의 역광선으로 오늘을 조명하였을 때, 여호수아 이후 시대를 내다보며 바른 분별과 선택과 결단을 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모세가 생전에 자신을 후계자로 세우고 제사장 엘르아살과 함께 백성들 앞에서 의식을 갖추고 그에게 손을 얹고 임명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과 의전을 몸소 경험한 여호수아가 후계자를 세우지 못한 것은 망설임과 우유부단함이 아니고서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하나님께서 모세가 죽은 뒤에 여호수아에게 하신 말씀은 이런 관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말씀을 늘 읽고 밤낮으로 그것을 공부하여, 이 율법책에 씌어진 대로, 모든 것을 실천하여라.’(수 1:8).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은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더욱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을 묻고 분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