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를 하는 여성들은 이 말의 의미를 안다. 그리고 이 말은 ‘죽임’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요즈음은 남성도 살림살이를 하기 때문에 여성의 전유물 같은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아기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은 ‘살림’이라는 말속에서 생명을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기독여성들은 교회 안에서 살림의 문화를 세우기 위하여 여러 가지로 애를 써 오고 있다. 남성들의 가부장적인 의식을 벗기려고 하였고, 남성만 가지고 있던 리더십을 여성도 함께 공유하자고 외치기도 하였다.

이제는 여자 목사들도 많아졌고 여성들에게 리더 자리가 생겨나려고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은 더 조심하면서 남녀평등의 문화를 세워나갈 때 생명의 기운이 더 생겨날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걱정이다. 목사가 되고 어떤 힘 있는 자리를 얻게 된 여성들 중에는 옛날의 남성들의 행위, 여성들이 반대하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목사 안수를 받고나서는 보편적인 예의인, 위아래도 지키지 않고 궂은일은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도 보인다. 물론 목사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YWCA에서 봉사하셨던 박에스더 선생님이 존경받는 이유는, 해야 할 경우에는 청소도 서슴없이 하였고, 자기가 높은 자리에 있다는 의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늘의 왕자인 예수님이 이 땅위에 내려와 온갖 궂은일을 다 하셨기에 생명을 살리신 것을 알고, 그것을 따르고 있는 우리가 아닌가!

몇 년 전에 나는 어떤 기독단체에서 아픈 경험을 하였다. 실행위원회에서 결정을 해놓은 상황을 몇 사람이 그 다음에 뒤집어 놓고 하는 일이 여러 번 반복되더니 급기야는 총회 때 상식이하의 감정적인 반응이 일어났었다.

서로의 편견에 싸여 소통이 되지 않아, 같이 싸우기 싫다는 마음으로 나는 그 회의에서 탈퇴를 하였고, 많은 회원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런 아픈 경험을 교훈삼아 서로를 알아주어야 할 것을 숙제로 하고 있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생겨난 ‘기독 여성 살림문화원’에 이사로 봉사하기로 하였다. 북촌에 있는 자그마한 전통가옥에 사무실을 정하였고 그곳에서는 한옥체험을 할 수 있고 생명밥상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금년 1월 1일에 식구들과 함께 참 재미있는 경험을 하였다. 딸 둘, 아들 둘 식구들이 모여 할머니인 나에게 세배를 하였고, 손녀들은 삼촌, 고모, 이모에게, 형제들끼리는 서로 맞절을 하였다.

손녀들은 이모에게 배운 우크렐레를 연주하며 동요도, 가요도, 찬송가도 불렀다. 그곳에서 차려주는 떡국과 맛있는 반찬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는 북촌 8경을 찾아다니며 구경하였다. 새해 첫날에 ‘기독 여성 살림문화원’에서 하루 밤을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함께 ‘살림’에 대한 체험을 하면서 가진 희망이 있다.

남을 내리 누르면서 봉사하는 척하지 말고 진정으로 섬기는 봉사를 하자고 다짐해 보는 것이다. 그것이 ‘살림’의 문화이기에.

이제는 어떤 학자의 생각이 어떻고 어떤 이론이 어떻고 하는 학자가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 속에 파고드는 여성신학이 퍼져나가야 할 때이다. 같이 먹고 같이 놀면서 서로 편해지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살림의 문화는 남을 배려할 때 아름답고 살아있는 생명감’으로 퍼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