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에니어그램의 세 번째 유형은 8번 날개와 친소(성적)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이다. 이 유형을 자기 구속형으로 이름을 붙였는데 그 이유는 9번의 다른 하위 유형들과 비교했을 때 타인의 평가에 가장 민감하게 혼란을 경험하며, 무겁고 우울한 감정에 잘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기 내면의 사고와 느낌을 예민하게 직시하는 경향이 있으나 반면, 자기 부정의 역동으로 자신을 검열하듯 살피느라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구속한다. 직면이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던 실체와 만나면서 자신에 대한 통찰력을 갖는 것이다. 참 자아와의 직면은 한 인간을 성장으로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지만 직면의 순간은 비참하고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한다. 이 유형의 경우에는 직면의 감정에 사로잡혀 자신의 근본을 꿰뚫는 통찰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외부의 요구에 순응하면서 내면에 분노와 불만을 쌓아왔던 이들은 아버지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강하게 경험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그리움이 공존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감정을 경험한다. 이들에게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는 큰 산과 같다. 넘어야 하는 마음의 짐이며, 나를 지탱해주고 기댈 수 있도록 해주는 안식처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색그림자로 인식하게 한 장본인이다. 회색그림자는 착하고 순응적이었지만 원하는 것을 인정받지 못하고 따뜻한 돌봄을 받지 못한 마음 속 검은 그늘의 상징적 의미이다. 또한 회색은 캄캄하게 꽉 막혀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이들에게는 ‘아버지를 돌보는 사람’ 혹은 ‘가족 내의 중재자’, ‘옳고 그름을 말해야 하는 사람’의 역할이 주어진다. 가족 안에서 중재자와 해결사의 역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마음의 갈등과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9번 유형의 다른 하위유형들과 같이, 큰 불만도 돌봄을 받지 못했다는 인식도 강하지 않다. 다만 쌓여진 분노가 터져 나오는 순간 자신의 분노를 실감할 뿐이다. 오히려 부모님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 왜냐면 아버지는 자신을 믿고 인정해준 가장 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성장하면서 부모님을 향한 증오와 존경, 그리움으로 뒤섞인 자신의 이중적인 감정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순간 부담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역할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더 없이 큰 그리움으로 채워지는 아이러니를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들에게 있어서 ‘인정’과 ‘존재감‘은 중요한 문제이다. 언제나 인정받고 싶고, 존재감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아버지는 괴로움의 상징이기 보다는 자신을 절대적으로 인정해주었다는 가치가 더 크게 작용한다. 이러한 역동은 이 유형을 인정과 존재감의 욕구에 사로잡히게 하고, 자신의 근원적인 욕구를 인식하지 못한 채 내면의 스트레스에 점점 더 노출되는 환경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게 한다.

존재감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 생기면 이들은 걷잡을 수 없는 폭발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개인적인 생활이나 신념에 대해 위협을 받으면 강하게 반응하는 8번 유형과 같이 8번 날개와 친소(성적)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은 상대방을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은, 멈출 수 없는 무의식적인 분노를 표출한다. 반대로 자신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무력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 유형은 9번 유형의 하위유형 중 가장 강력하게 분노를 경험하고 표출하는 유형이며, 1번 날개와 친소(성적)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과 같이 내부와 외부, 양 측면으로 분노를 표현한다.

이들은 강압적이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억압감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는데 실제로, 8번 유형과의 관계에서 강한 분노와 좌절을 경험하면서 날카로운 말들로 타인을 상처 입히거나 반대로 무력감을 느낀다. 9번 유형과 8번 유형의 만남은 곰과 호랑이의 만남 같은 것이다. 서로 특성은 다르지만 서로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느끼는 것이다. 9번 유형이 외유내강인데 비하여 8번 유형은 외강내유이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둘 다 고집이 세고, 9번 유형이 수동적이고 방어적인데 비하여 8번 유형은 능동적이고 공격적이다. 그래서 두 유형간의 팽팽한 긴장감은 있을 수밖에 없다.

건강을 향해 가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주요문제는 이들이 내적 갈등을 강하게 회피하고, 자기 직면을 긍정적으로 수용함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상호전략을 잘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수동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이들은 내면적 성찰과 직면을 통해 거듭나는 것이 아니라 그 느낌에 사로잡혀 타인의 평가와 내면의 복잡하고 많은 생각들 속으로 자신을 구속한다. 더불어 해결되지 못한 스트레스는 통제되지 않는 감정 폭발이나 후퇴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고 욕구를 향해 솔직하게 행동 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필요하다. 자기를 수용하고 조절하며 가야 할 길을 바라보며 도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상담이나 자아성찰 프로그램과 같이 본질적인 자아와 단절된 통로를 열어줄 어떤 기회가, 이들이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를 자극시키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래야만 잃어버린 자신감과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외부에서 얻으려고 하였기 때문에 인간관계 속에서 솔직하거나 당당하지 못한 것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을 진정으로 통찰하고 직면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을 때 자신에 대해 적극적으로 직면할 수 있고, 당당해지고, 노력하는 에너지가 확산되기 시작한다. 성장을 향해 전진하고 통합되어질 때 이들은 특별히 사상과 자연과 일치되는 평화로움을 추구하게 된다. 이들은 정의로운 사상에 평화롭게 매진하는 또는 자연과 온전히 하나 되는 일치되는 감정을 통해 내면의 자유로움과 통합을 향해간다.

에니어그램 격언

수련 인성을 위하여 : 늘 깨어 있으라 기계적 삶에 저항하며 살기 위하여 수련하는 목표이자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정진, 또 정진! 명상 62 성격과 소명을 찾는 길에서 영혼의 코드를 바로 보라. See the soul’s code directly in search of character and cal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