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따사로운 햇살을 담아 한 잎 한 잎 고운 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봄날, 눈이 짓무르고 가슴이 터지도록 아름다운 봄을 느끼고 싶어 진달래꽃들이 옹기종기 피어있을 산을 향했습니다. 차창 밖의 봄 풍경을 보며 가다가 라디오를 무심코 켜게 되었는데 흘러나오는 노래가 가슴을 뭉클거리게 하더니 끝내 메말랐던 눈에 눈물이 흐르게 만들더라고요.

“덧없이 세월은 흐르고 하루하루 세상에 길들여지고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 그래 나는 꿈꾸고 있다. 아직 나는 꿈꾸고 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난 매일 꿈꾸고 있다.”

젊은 날, “하나님, 이 세상을 살맛나는 세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내게 주옵소서.”라고 기도했지만, 저는 제대로 이 일을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에 목회를 시작하면서 지역 성서공동체에 함께 하며, “한국교회, 제가 몸담고 있는 교단, 제가 섬기는 교회와 지역사회 그리고 작게는 제 주변 사람들만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무 일도 잘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그냥저냥 맘 편히 살려고 했지만 늘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오늘 무심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어느 날 제가 하나님 앞에 서게 될 때, 이 모양 이 꼴로 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산을 오르면서, “하나님, 저를 변화시켜 주옵소서.”라고 다시 기도드리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면서 정작 나 자신을 바꾸는 일에는 등한히 하는 저를, 하나님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여 변화시키기를 원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먼저 우리가 변화될 때, 그리고 우리가 섬기는 성서공동체와 교회가 새로워질 때, 예수님과 손잡고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이 시대와 역사의 새봄을 제대로 열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오늘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가 몸담고 있는 한국교회는 어떤가요? 오히려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교인들이 교회를 이탈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있습니다. 예수님은 이런 현실을 바라보며 지금 홀로 가슴 아파하고 계시리라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이 부활의 계절을 맞아 우리가 진정으로 변화되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을 통해 한국교회가 거듭나는 것을 정말 보고 싶어 하실 테니까요. 그러므로 우리가 내 탓이 아니고 내 문제가 아니라며 고개를 돌리지만 말고, 예수님의 기대에 부응하여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예수님의 부활을 경축하고 또 예수님의 부활에 동참하는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회초리질하며 삶을 보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어디로 그렇게 정신없이 아직도 달려가려고 애쓰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더 이상 그릇된 기대와 헛된 희망에 목을 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할 때, 우리는 빈 무덤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빈 무덤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이 결코 허무하게 끝나지 않았음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징표입니다.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오늘 우리가 짊어져야 할 이 시대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이 가신 그 길을 따라나서야 합니다. 우리가 죽지 않으려고 하니 문제지, 죽기로 작정하면 못 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예수님은 죽음으로 참되게 다시 사는 길을 우리 앞에 열어놓으셨습니다. 주님은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 16:33)라고 말씀하시며 주님을 따르는 길이 끝내 승리하는 길임을 알려주셨습니다.

달리, 무너져가는 한국교회를 살릴 길이 없습니다. 우리를 향한 주님의 애끓는 말씀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오늘 우리가 죽음으로 사는 길밖에 없습니다. 이 아름다운 봄날, 무덤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찬양하며 이 땅에 사랑과 희망의 꽃을 새롭게 피울 씨알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