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이 650년 된 소나무를 바라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바람, 폭우, 눈, 태풍을 고스란히 맞은 인고의 시간들, 그 수많은 세월을 견뎠을 걸 생각하면 그 자체만으로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사람은 몇 백 년을 사는 것도 아닌데 사는 동안 소리가 요란하다.

마음의 소리가, 이제는 평화의 화음을 낼만도 한데 포기되지 못한 이기적인 맘이 나를 괴롭힐 때가 있다.

진정 사랑을 한다면 보상도 기대감도 갖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 된다. 그 사랑조차도 내가 하는 게 아니다. 내 안에 계신 그 분의 사랑으로 사랑을 하는 거다.

어젠 밥도 먹을 수 없는 상태로 몸져 누운 깊은 아픔을 가진 여인을 만났다. 전 남편과 사별하고 늦게 만난 인연인데 남편이 다른 여자랑 살림을 차렸다고 한다. 분노와 배신감으로 들끓을 일인데 오히려 그 여인은 남편이 불쌍하다고 한다. 잘 해주지 못한 것만 떠올라 더 슬픈 여인을 끌어안고 함께 울었다. 그녀가 채 토해내지 못한 속울음을 끌어내고 속상한 마음을 안아주며, 사랑한다는 건 한 사람의 전 생애를 싸안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변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슴앓이를 하며 살고 있는가. 자고 일어나면 사건과 사고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이때에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지 돌아본다.

내가 하는 사랑은 아직은 시끄럽다. 묵묵히 하다가도 어떤 순간 발딱거리는 얕은 사랑, 나만 힘들다고 엄살을 부릴 때도 많다. 도시빈민운동 판에서 열과 성을 다해 일하는데 청춘을 보냈었다. 심신이 지친 나를 돌아보기 위해 상담공부를 하며 상처투성이인 나를 치유하며 그 모든 과정이 하늘의 은혜임을 깨달았다.

늘 삶의 진정성을 추구하며 살았기에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느라 고단했지만 그조차도 하늘이 내게 주신 길임을 감사히 받아들인다.

독신으로 살다가 오십이 코앞인 나이에 만난 남편을 바라보면 어쩔 수 없이 나와 닮아 있는 모습을 본다. 서로가 거울 역할을 하며 영적인 동반자로 살며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시간들, 그 순간은 포기라고 생각했는데 그 모든 것이 내게 꼭 필요한 게 아니어서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의 욕심이 많았던 난 끊임없이 일을 만들면서 살아왔다. 덕분에 내가 맡은 일은 잘 되어갔고 그만큼 인정도 받았다. 내 모습이 자각이 안 될 땐 왜 나에게 일이 이렇게 많을까 생각하며 본질을 오도했다. 자족이 안 되는 상태는 얼마나 불행한가.

원어를 연구하는 남편 덕에 성경말씀을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인지하면서 아버지의 맘을 조금씩 알아간다. 어느 순간은 살아왔던 시간들이 억울함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지만 그 조차도 영적으로 성장하는 시간들임을 마음깊이 받아들인다.

오늘이 있기까지 나와 부대꼈던 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이 어떤 모습이든지 나를 성장시켜주는 하늘이 준 선물이었다. 가슴으로 낳은 세 딸도 나의 사랑스런 성장촉진제이다. 사람에게서 더 이상의 소망이 없다는 누군가의 고백이 실감이 되지만 그 무엇보다도 자기를 다스려가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절감하며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