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쇠었으니 이제 우리 나이로 60이 다. 20, 30대에 느끼기에는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사람이 나이가 들어 늙으면 별 것도 아닌데 고집부리고, 되지도 않은 말씀들을 길게 하시는 것이 특징인 것 같았다. 게다가 연륜에 의지해 대접받고 싶어 하는 모습들이 싫었다. 그래서 나는 감각이 늙지 않고 가장 오래 갈 수 있는 나이가 55세 같아서 55살까지만 살겠다고 감히 생각한 적이 한 때 있었다.

그러다 일에 지쳐 병들어서 일을 쉬게 된 나이가 54살이었다. 6년을 일없이 생각지도 못한 안식년을 누리면서(?) 지내왔다. 별로 아파 본 적이 없던 내가 뒤늦게 아픈 것이 무엇인지, 허약함이 뭔지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삶에서 어떤 장애와 교훈을 주는지도 얼마간 이해되었다. 그래서, 60살을 기다렸다. 누군가가 60이 되면 갱년기로 불안정하던 몸이 안정이 되어 훨씬 몸이 건강하게 된다고 하였다. 아-멘하고 기다렸다. 그리고 60이 되었다.

예전에 내가 살고 싶었던 55살은 벌써 5년이 지나갔다. 그런데 막상 60줄의 노년이 되고 보니 슬슬 눈치 없게 길게 말하기, 빨리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말하고 있는 나 발견하기, 밥 먹을 때 콧물 나오기, 움직일 때 아이고 소리내기, 점점 더 무거워지는 몸 등등. 노년은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은 큰 무게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크게 느껴지는 벽은 사회적인 퇴물이 되어서 일로 복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55살 이후의 내 현실이었다.

사실 예전의 내 계획대로라면 56살은 내게 없는 나이였다. 60세도 물론이다. 내가 계획하지 않은 시간이 안식년이었다. 그동안 그렇게 심각한 줄 모르고 있어서 아파도 별로 고통은 느끼지 못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언제든지 순식간에 가는 그런 경우였다. 주변에 같은 병으로 세상을 뜬 지인들 소식을 여러 번 듣고서야 내가 어디쯤 서 있었는 지 알 수 있었다. 병이 있든 없든 내 나이의 사람들에게 가는 일은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란 것을, 나도 그렇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아챌 수 있었다.

이제 언제든 불현 듯 다가 올 내 생애의 마지막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동안 일에 치여 만나지 못했던 오랜 이웃들과 가끔씩 만나며 나이 많은 여성목사 뿐 아니라 목사들의 현실이 듣던 것보다 훨씬 팍팍한 것을 보았다. 그리고 안식년을 누리는 동안도 목회하는 지인들을 통해 교회가 매해 얼마나 메마르게 변해가고 있는지 들었다. 모두들 큰 위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모두들 우리 사회의 바닥을 그대로 노출한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치부가 공개되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뻔히 수 백 명의 아이들이, 사람들이 죽는 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만이 우선된 상상하기도 싫은 아귀다툼이었다. 그 다툼은 우리 일상에서 너나없이 크건 작건 하는 일이라 여기에서 자유 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빡빡한 현실 속에서 힘들다고 난리들이다. 그럼에도 설연휴에 해외여행자는 늘었다고 한다. 풍요는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맞이하고 있는 노년과 우리사회의 현실이 실제는 하나이다. 따로 있는 현실이 아니다. 이 둘이 만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60이 다 되어서야 괜찮고 나름 똑똑하고 선량하다고 내심 자부했던 내가 아무 것도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겨우 알았다. 내가 오랜 세월 의지한 신앙은 이 황량한 세상 속에서 아직도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기도는 아직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 기다림 속에 있는 내게 미래는 도전인 것 같다. 하나님과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