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햇순에 글을 쓴다. 필자가 함께한 이래 월요성서공동체는 반포의 반도빌딩 시대를 시점으로 구로동 서광모드 내의 작은교회 시대를 거쳐 바야흐로 양재동 시대로 접어들었다. 양재역 부근의 자그마한 빌딩 5층, 언어표현문화원인 앙팡떼 논술전문학원 내의 도서실 옆에 있는 아담한 교실에서 지난 설 이후 월요성서공동체식구들이 만나 성서연구를 하고 있다.

이곳으로 옮기게 된 것은 오래 전부터 작은 교회 식구였던 앙팡테 학원 원장님 내외의 배려로 이루어진 것이다. 서광빌딩 사옥의 이전으로 우리도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사를 앞두고 김 목사님과 윤 원장님을 위시하여 우리 모두는 여기저기를 알아보면서 한동안을 보냈다. 조바심 내지 않고, ‘이번에도 어딘가로 인도하시겠지!’ 믿으며 기도하고 귀 기울이던 중, 주님께서 반갑고 귀한 응답을 보내주신 것이다.

우리가 새롭게 둥지를 튼 앙팡테 학원의 책상, 책장, 옷걸이, 선반 등 거의 모든 가구는 원목이다. MDF 등에 무늬목을 입힌 것이 아닌 진짜 나무다. 요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학원의 풍경이 아니다. 옛날스럽고 시골풍경을 떠올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은은히 풍긴다. 참으로 정겹게 느껴진다. 원장님의 교육 철학의 한 면을 볼 수 있는데, 콘크리트에 갇혀있는 도회지의 아이들에게 나무만이 줄 수 있는 감성, 순화력을 전달하고파서 나무를 아이템으로 한 친환경적인 분위기를 만든 것이란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름이 아니라 학생들이 책상에 남겨놓은 낙서들이다. 옛 생각을 하며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 습관은 여전하네...’하며 애교로 봐 줄 수도 있겠다싶으면서도 낙서에 대하여 우려했더니, 아이들이 낙서를 통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10대 문화를 만드는 아이들에게 추억거리가 되도록, 책상에만 낙서를 하라고 허용했단다.초대합니다

그들에게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분별하며 익히는 교육도 된단다. 학생들이 책상에만 낙서를 하고 책장이나 다른 가구에는 낙서를 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지키는 모습이 예쁘다고 한다.

성서 연구가 끝나면 언제나처럼 모두가 정성스레 준비하여 가져 온 음식을 펼쳐 놓고 점심식사를 함께 한다. 처음에는 학원 측에 조금이라도 폐를 덜 끼치기 위해 밥까지 싸 가지고 오려고 했으나, 학원 측의 배려로 갓 지은 밥을 먹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공부하는 사이 옆방에서 여러 가지 잡곡을 넣은 밥을 짓는다.

식사시간을 기점으로 앞의 시간이 숙연하고 진지한 수업 시간이었다면, 이 시간은 편안하고 자유로운 수업시간이다. “옆 반 학생”들인 원장님과 안내 데스크 선생님들과도 함께 음식을 나누며 대화를 즐기다보면, 음식의 맛도, 대화 속의 지혜,사랑 등 기쁨도 두 배, 세 배가 된다. “사람에게,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세상에 없다.”고 전도서(8:15) 기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새 식구가 늘어 기쁜 반면에 몇 몇 적잖은 옛 식구들이 오랫동안 참석하지 못해 아쉬운 점도 많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공개 초대장을 띄워야겠다.

사랑과 믿음과 기도 속에 지면으로 초대장을 띄우며 이번엔 주님께서 어떤 응답을 주실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마지막으로 크고 작은 일로 종종 결석하는 나 자신을 반성하며, 공동체 식구 한 사람, 한 사람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특별히, 수 년 째 한결같은 모습으로 참석하시는 분들께 깊은 사랑을 아울러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