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들이 연일 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이 ‘우리 아이들도 공부하게 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30일이 넘는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국가인권위원회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시청의 광장에서는 또 다른 장애인단체의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면적인 상황을 접하며 착찹한 마음이 듭니다. 물론 ‘오죽하면 저렇게 극단적인 시위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모처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을 위한 잔치를 벌인다는 것을 마냥 비판만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청각장애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수화통역사의 자격증과 관련한 논란이 뜨겁게 번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청각장애인들의 지원과 관련한 시스템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다른 어떤 장애인보다 힘든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장애인이 다 힘들겠지만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청각장애인의 삶이 그중에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일단 청각장애인들은 교육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박탈됩니다. 물론 전국적으로 몇 개의 농아인 학교가 있지만 그 숫자로는 청각장애인들의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생을 살아가며 정보를 접하는 것이 TV나 라디오를 포함한 대중매체들인데 이것에서도 항상 장벽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최근들어 부분적으로나마 장치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교육은 물론이고 삶에서 꼭 필요한 관공서를 가야할 때도 이들을 보조할 수화통역사들이 배치되어 있지 않아서 큰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이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화통역사는 그동안 민간에서 양성되어 왔습니다. 한 장애인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시험을 치르고 민간자격증을 발급해 왔던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배출된 수화통역사는 800여명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 민간자격증이 국가자격증으로 전환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정부의 국가자격증을 관리하는 기관에서는 규정에 의해 기존의 민간자격증 소지자 모두에게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민간자격에서 국가자격으로 전환할 경우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데 원칙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시 치러야 하는 시험이 기존의 민간자격증 시험을 주관하던 단체이고 시험의 내용에 있어서도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런 현실이라면 굳이 다시 재시험을 치를 필요가 있겠냐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수화통역사 자격이 국가고시화 되더라도 정부가 수화통역과 관련한 전문 지침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동안 수화통역사 민간자격을 발급했던 기관은 민간자격을 국가자격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을 하며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논의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보수교육을 받을 경우 반영을 하겠다고 수화통역사들에게 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이러한 보수교육과는 무관하게 모두가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부분에서 수화통역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주관기관이 동일하고 재시험 내용도 기존의 시험과 다른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주관기관이 변경되었으면 해당기관이 이러한 정부안을 받아들였겠냐는 비난까지 일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관련단체의 홈페이지와 청각장애인 관련 단체, 수화통역사 모임 등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으며 수화통역사들도 조직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들로 인해 수화통역사의 확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위축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안타까움이 떠나질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