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깊은 호흡과 함께 고요한 마음과 만나는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내 몸과 만나고 내 마음과도 만나는 이 시간을 통해 기도할 수 있는 힘을 얻고 또 세상 속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에니어그램을 만나기 전, 나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 사람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고 표정 없는 얼굴로 나를 표현하는 일을 주저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세월에 떠밀려가고 있었다. 외출도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하지 않으면 리듬이 깨져서 다른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력도 쇠진한 상태에 있었다.

그러다가 에니어그램을 만나게 되었다. 에니어그램은 내가 4번이라는 정해진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동안 나는 4번이라는 각본에 따라 움직이면서 내 삶의 주인으로 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가둬둔 보이지 않던 틀이 보이면서 나는 그 틀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틀 밖에서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계시는 주님을 만났다. 그 동안 나는 주님이 내게 가까이 다가오시지 않고 멀리 계시다고만 여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20년이 넘도록 나는 주님 앞에 내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님 앞에 나아가자 주님은 당신과 함께 세상 속에서 모험을 시작하게 하셨다.

월요성서모임에 그 첫 발을 내디뎠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말씀을 함께 나누고 목사님의 말씀도 듣게 하셨다. 이렇게 몇 달이 지나자 목사님은 함께 나눈 명상을 정리해서 카페에 올리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4번의 특성 중의 하나는 ‘듣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4번은 자기만의 생각과 상상 속으로 쉽게 빠져 들어가기 때문에 필름이 중간 중간에 끊기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것을 아시는 목사님은 들을 수 있는 만큼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고 하셨고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어 시작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의 핵심을 찾기 위해 애를 쓰는 동안 점점 더 많은 이야기가 내 귀에 들렸다.

그리고 6개월 후에는 목사님이 하신 말씀까지 다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또 얼마가 지나자 윤명선 원장님이 다솜학교의 수업 내용도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월요나눔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내 능력 밖에 일이라 여겼지만 그 것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되어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내가 할 수 있도록 나를 도우시는 주님이 계심을 확인했다.

지난 7월에는 기독교여성상담소에서 상담원 교육을 받고 여성부에서 인정하는 상담원 자격을 얻었다.

이제 9월 1일이면 이화여자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이 된다. 20여년 만에 다시 학생이 된다는 사실이 두렵고 염려가 앞서기도 하지만, 감당할 수 없다고 여기던 일들을 감당하도록 함께 일하시는 주님이 내 곁에 계시기에 또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예전의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 삶에 끼어드는 것을 거부하고 내 힘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했다. 사람들에게서 떠나있으면서 소외감을 느꼈고, 내가 느끼는 소외감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릴까봐 두려워했다. 하나님 앞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의 이런 면을 인정하고 하나님 앞으로 나아갔고 사람들에게도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행복이라는 것은 외부에서 만들어져서 내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화되어 내가 삶 속에서 만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내게는 새로운 자원이 생겼다. 월요나눔과 다솜학교 수업내용을 잘 받아 적어서 부족한 부분들을 보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최경숙 집사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볼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는 홍소윤 전도사님, 대학원에 진학하려 하자 엄마처럼 기뻐하시고 보듬어주시고 비전을 갖게 해주시는 윤명선 원장님, 대학원에 합격하자 아버지처럼 기뻐하시고 자랑스러워하시는 김영운 목사님, 그 밖에 월요성서공동체와 다솜학교의 많은 분들의 따뜻한 사랑이라는 소중한 자원을 갖고 있는 공동체에서의 한 부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