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환경 수세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세제가 필요 없이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수세미인데, 실로 짜서 만들어 쓴다는 것이었다.

나는 시장으로 가서 실 가게를 찾았고 수세미 뜨는 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가게 주인은 실을 내놓았다. 나는 그냥 한 뭉치만 샀고 그 실 이름이 아크릴사라는 것을 알았다.

수세미로 짠 샘플도 보지 못한 채 나는 코바늘로 적당히 짜 나갔다. 하나를 완성하여 설거지를 하는데 신기하고 놀라웠다. 세제를 한 방울도 안 썼는데 따뜻한 물에 그 수세미로 닦으니 그릇들이 뽀득뽀득거렸다. 튀김을 놓았던 접시나 고기를 담았던 접시나 기름에 볶은 나물을 담았던 그릇들이 다 뽀득뽀득해졌다.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물론 기름기가 아주 많은 프라이팬은 휴지로 기름기를 닦아내고 닦아야 했다. 세제는 아주 오랜만에, 아주 적은 양을 쓰게 되었다.

우리 남편은 설거지를 곧잘 하는데 그 수세미를 아주 좋아하며 애용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수세미를 더 크게 짜 달랜다.

나는 일거 몇 득인가를 따졌다.
첫째로는 세제 때문에 일어나는 수질오염을 막을 수 있을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둘째는 세제를 쓸 경우 그릇을 충분히 헹구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그릇에 남아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없어졌다. 자기 집에서는 그래도 깨끗하게 헹구지만 일반 식당에서 설거지하는 것 보면 입맛이 달아난다. 큰 빨간 고무대야에다 세제를 듬뿍 풀고 음식 담았던 그릇들을 넣고 수세미로 닦은 후 한 두 번 물에 헹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세제 값이 절약되고
넷째로는 세제 때문에 주부습진이라든지, 손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해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니 나 혼자만 사용할 수가 없었다. 다시 시장에 가서 실을 십수만원 어치를 사다가 틈만 나면 수세미를 짰다. 특히 저녁에 TV를 보면서 수세미를 짜는 것이 제격이었다.

나는 그 많은 수세미를 돌리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한국 여신학자 협의회 재정위원회 할 때 가져가서 위원들을 하나씩 주었다. 각자 짜서 바자회 때 팔기로 결정했다.

나는 내가 속한 모임들에 가지고 가서 하나씩 다 선물했다. 우리 친척모임, 고등학교 동창회, 대학 동창회, 동네 운동모임, 다른 여러 친목모임, 내가 자주 다니며 즐기는 남대문시장 단골 상점 주인들에게도 선물했다. 이번에 미국 가서도 틈만 나면 짜서 우리 아들네 교인 주라고 50개, 여동생에게는 교인들에게 주라고 20개를 주고 왔다.

이 친환경 수세미는 아크릴사 100%여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아크릴사의 특성상 기름을 흡수 분해하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기름기가 잘 닦여진다. 또 이 아크릴은 세균을 싫어한다고 한다. 사용 후 물기만 잘 빼주면 세균번식은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 가끔씩 세제 洗劑에 담갔다가 햇볕에 잘 말리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렇지만 보통 때는 그냥 쓰는데 물기도 잘 빠지고 잘 마른다.

제일 좋은 것은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닦았을 때다. 플라스틱 그릇에 조금이라도 기름기가 남아 있으면 세제를 묻혀 닦아도 좀처럼 기름기가 가시지 않아 꺼림칙했는데 이 아크릴 수세미는 세제 한 방울 사용하지 않아도 플라스틱 용기까지 뽀득 소리 나게 닦아준다.

색깔 다른 것을 여러 개 준비해서 하나는 주방에, 하나는 욕실에 두고 쓰면 편리하다. 욕실타일 틈새에 찌든 때도 말끔히 닦아준다. 세면대의 묵은 때도 깨끗이 닦을 수 있다.

이런 수세미를 선물 받고 써 본 주위에 사람들 중 제일 애용자나 동참자가 윤명선 원장이다. 그도 어지간히 많이 짜서 이웃들에게 돌린 것 같다. 선물로 받아본 사람들이 잘 사용해서 자기들도 그 일에 동참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웃들에게 이 친환경 수세미를 자꾸 자꾸 선물하자. 우리나라 전체를 세제 없는 나라로 만들어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나는 그 실을 사러 또 시장에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