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아도 편안한 느낌의 아름다운 예배당을 선사받은 지 3년, ‘열린 예배’를 드림과 아울러 1년간의 창립준비과정을 통해 2009년 5월 17일 한양대학교회가 마침내 창립을 선언하였다.

교목실장이신 김영운 목사님을 주축으로 그와 세월과 철학을 공유하는 여남은 명이 모인 것이 그 시작이었다. 교인들의 나이와 직업, 사는 지역은 서로 달랐지만, 이 시대 주님께서 원하시는 지성과 영성이 조화를 이루고 전통과 혁신이 손을 잡고 공존하는, 신선하고도 특색있는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매주 4시에 모여 조촐하게 예배를 드린 후 친교실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다과를 나누며 각자 느낀 점과 그 주간의 소식 등 생각과 마음을 함께 나눴다. 아마도 초대교회의 모습과 조금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러기를 2년여, 그 동안 계속해서 꾸준하게 이어진 사람들이 결국 바탕이 되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지만, 잠시 왔다가 빠져나간 사람들도 있고, 마음은 있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아 매주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도 생겼다. 주께서는 한두 사람이 모인 곳에도 함께 계시겠다고 하셨지만, 우리는 교인들이 조금은 더 늘어야 이런저런 일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데 알맞은 기초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믿고 때를 기다렸다.

그러던 작년 봄, 정규적인 예배 참석자가 스무 명 정도 되었을 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한 달여 남은 개교기념일에 맞춰 창립선언을 할 것인가, 아니면 1년 정도 세심한 준비과정을 더 거쳐 개교 70주년에 맞춰 창립선언을 할 것인가? 어느 경우나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어서 결정이 쉽지 않았다. 우리는 결국 후자를 택했다. 한두 사람의 리더에 의해 차려진 밥상을 거저 받는 것보다는 소수의 공동체가 힘과 뜻을 모아 정성껏 밥상을 차리고, 이웃, 친지, 새 식구들을 초대해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사료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먼저 4-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다섯 개의 위원회 (예배, 친교, 봉사, 교육, 선교)를 조직하였다. 본인의 관심도나 달란트를 중요시하여 선택을 하였다. 부부가 각기 다른 위원회에 소속되는 경우도 있었다. 각 위원회 별로 한 달에 한두 번 만나 친교하며 의견을 모으기에 힘썼고, 매월 첫째 주일 예배 후에 열리는 창립 준비회의 시간에는 모아진 의견을 발표하고 다듬고 보충해 갔다. 회의 후에는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풀어 놓고 뷔페식으로 먹기도 했고,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음식값은 회비를 걷을 때도 있었지만,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한 턱 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같은 위원회에 소속된 위원간의 친목이 우선적으로 두터워졌음은 물론이다. 교인 전체로서의 정도 점점 쌓여갔다. 시간이 흘러도 진전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날 때도 있었지만, 개인 또는 커플이 정규적으로 예배에 참석하거나 아예 위원회에 새롭게 합류하여 힘을 실어줌으로써 다시 박차를 가하게 되기도 하였다. 심도 있는 토론을 위해 1박 합숙회의를 간 적도 있었다. 이렇게 하며 새로운 교회를 창립하는 사명감이 고조되어 갔으며, 정식 교회로서의 틀이 서서히 잡혀갔다.

무엇보다도 성가대가 조직된 것이 가장 큰 변화이며 축복이었다. 우리 교회로선 과분하게도 각자의 연주실력이 빼어난 두 분의 한양 음대 교수님께서 지휘자와 반주자로 책임을 맡아주시기로 하셨고, 수효와 실력이 미약한 우리들을 보완하기 위해 몇몇 솔리스트와 관현악 전공 학생 약간 명이 영입되었다. 주님께 봉사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고 크지만, 약간의 장학사례비는 우리 교회가 재정적으로 독립할 때까지는 대학 측에서 도맡아 주기로 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 모든 요소들이 협력하여 만들어 내는 선율과 화음은 그야말로 주님의 은혜 그 자체이다. 아름다운 찬양 속에서 우리의 마음과 영혼은 기쁨의 비명을 지르곤 한다.

교회 창립 과정에 참여하면서 우리 모두는 참으로 값진 경험을 하였다. 이제 막 다섯 달이 된 아기 교회이지만, 개인으로서나 교회 공동체로서나 날로 성숙해져 갈 것을 기원한다. 한양대학교회는 항상 열려 있기에 누구라도 이미 ‘초대받은 사람들’이다. 더 많은 분들이 우리 교회에 와서 큰 위안의 샘물을 마실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저마다에게 주어진 은사와 소명을 꽃 피우는 공동체로서 성장해 가는 한양대학교회…, 벅찬 가슴으로 그림을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