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기러기 아빠 구하기Ⅰ’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문제가 심각한 데 비하여 글이 짧으니 좀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도록 다루어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그 두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먼저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는 아무도 이의가 없을 줄 알지만, 섣불리 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문제 자체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일 것입니다. 이른바 ‘문제화 Problematization’가 중요합니다. 문제를 심화시키고 문제의식을 명료화시켜서, ‘의식화 Conscienti- zation’가 되도록 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문답의 논리가 명백하면 진실을 보게 될 뿐만 아니라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문제를 볼 때 두 가지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기러기 아빠들이 스스로를 돕는 일입니다. 문제를 다각도로 보며 문제의식을 심화시켜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스스로 풀 수 있는 것은 풀고, 나머지는 공동체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둘째,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정부가 책임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이른바 TF Task Force란 특별 대책반을 만들어서 활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신문 방송을 포함한 모든 언론 매체들이 일과성 보도가 아니라 지속적 심층 보도를 해서, 기러기 아빠 본인들뿐 아니라 사회가 그들의 문제와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그 진행 과정을 소상히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기러기 아빠들이 문제를 의식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단서가 있습니다.

1. 기러기 아빠들은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가? 자녀가 장차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가? 혹시 최근에 있었던 인사 청문회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그런 공직 후보같이 살기를 기대하는가?

2. 스스로 희생을 감수하며 바라는 결과와 보상과 반대급부는 무엇인가?

3. 자라나는 자녀들과 소통, 대화 또는 스킨십이 없이 지내고나서, 가까운 이웃보다 더 먼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는가?

4. 가정의 단란함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란 자녀들이 부모와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좋은 학교, 좋은 직장만을 목적으로 삼게 되어, 결과적으로 가족이나 공동체에 대한 개념이나 의식 없이 이기심과 불건전한 개인주의에 빠져 살게 된다는 것을 고민하는가?

5. 이기심의 노예가 되면, 물질주의와 무한 경쟁에 빠져 성공이나 지위 상승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우려하지 않는가?

6. 더 늦기 전에 자신과 아내와 자녀의 인생과 영혼을 위하여 관점을 바꾸려는 의지가 있는가?

그리고 정부는 기러기 아빠 문제를 사회 문제로 심각하게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교육 개혁이 시급할 뿐 아니라 기러기 아빠 문제가 화급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개인의 가정에서도 자녀들이 한참 크고 교육 투자가 절실한 때에는 집을 늘리거나 리모델링 같은 일은 늦추는 법입니다.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하게 지금 우리는 교육에 더욱 비중을 두고 투자해야 합니다.

찬반 논란이 요란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교육 개혁을 위하여 정책을 바로잡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며 기꺼이 동의할 것입니다. 교육 정책 담당자들도 주변에서 입소문을 통해서 한국 학생들의 우수성을 익히 들었을 것입니다. 국내에서 각자 자기 학급에서 중간 정도에 머물러 있는 학생이 외국에 나가면 흔히 우등생도 되고 장학생도 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그런 교육 환경을 만들어서 조기 유학 갔던 학생들을 불러들일 계획을 세운다면 이 얼마나 멋진 교육 풍토가 조성될 수 있을까요? 다음 세대가 부모와 함께 살면서도 유학 생활 못지않게 교육도 잘 받고 호연지기도 키우며 외국에서처럼 신나고 멋진 ‘과외 활동’을 즐기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러기 아빠 자신들은 물론 이에 관심하고 돕기를 소망하는 모든 이들이 여론을 형성하여 언론에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기러기 아빠가 있는 직장이나 교회나 어디서든지 공동체가 나서서 기러기 아빠 문제를 중심한 대화 모임이나 ‘이야기 클럽’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로버트 우드나우 Robert Wuth-now 의 ‘나눔의 여로 Sharing the Journey ’라는 책에서 웅변하듯이, 작은 모임에서 인간의 고독, 고뇌, 외로움 그리고 문제들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노라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