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도농 복합시인 경기도 안성시의 농촌 지역인 죽산면 매산리에 내려와 목회한지도 2012년 금년 새해로 벌써 서른 두해가 되었다. 같은 지역에서 오래 생활하게 되면서 좋은 점은 교회의 좋은 신자들만이 아니라 지역의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회가 운영하는 유치원을 통해서도 원아들의 학부형들을 만나 교제하게 되는데 그분들 가운데 같은 면에 속해 있는 당목리에 터잡고 살고 있는 아주 특별한 한 분과 그의 가족을 알게 되었다.

낡은 집을 사서 도시적인 멋진 집으로 개조해서 어린 두 남매를 사랑으로 키우며 사는데 맏이인 아들 다윗은 다리를 잘 쓰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고, 여동생인 에스더는 오빠와 달리 정상인 아이로서 둘 다 사랑스럽고, 매우 총명해 보이는 어린이들이다.

얼마 전에야 이 두 아이들의 부모는 자신들의 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하고 갓난 아기였을 때 시차를 두고 두 아이 모두 입양해서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아이들의 부모는 그동안 어린 두 자녀에게 출생의 비밀을 숨겨왔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커서 뒤늦게 알고 상처받게 되기보다는 아직 어리지만 그 비밀을 알게 해주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으로 준비해 오다가 재작년 성탄절에 그동안 마음에 두었던 출생의 비밀을 두 아이에게 알려주기로 하였다. 아이들이 충격을 받지 않고 자신들을 부모로 받아드릴 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하면서 지혜를 구하는 가운데 우리 내외에게도 기도를 부탁했다. 물론 우리도 기꺼이 그 기도에 함께 하기로 했다.

그 해 성탄절에 다윗과 에스더의 부모는 어린 두 자녀에게 출생의 비밀을 설명하기를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우리에게 보내 주신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너희 두 사람, 사랑하는 다윗과 에스더를 엄마, 아빠인 우리에게 보내주신 것이란다” 하고 알려 주었을 때, 두 아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거의 동시에 “예수님처럼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윗과 에스더의 부모는 그동안 종종 내게 “두 아이 모두 가슴이 저릴 만큼 사랑스럽다”고 말을 하였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정성껏 돌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정한 가족관계는 단지 혈통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요즈음 다윗과 에스더의 부모는 두 자녀를 일반 초등학교에 보내는 것을 마다하고, 뜻이 맞는 몇몇 가정과 함께 집에서 자녀를 가르치는 ‘홈스쿨링’을 실천하고 있는데, 신앙교육을 중심으로 해서 일반 교과과정까지 잘 가르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윗과 에스더의 부모는 얼마 전 우리에게 유치원 수업이 없는 노는 토요일에 자신들의 가정에 우리 유치원 어린이들을 보내 주면 자신들의 수업에 참여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다윗과 에스더의 가정을 보고 있노라면 성 가족인 예수님의 가족이 생각난다. 훗날 공생애에 들어서신 주님께서는 당신을 오해하고 찾아 나선 형제들과 어머니의 소식을 들으시고,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누가 내 어머니이며, 형제자매들이냐?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이들이 내 어머니이며, 형제와 자매들이다”고 하신 말씀을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 다윗과 에스더의 집에는 가족 한 사람이 더 늘었다. 어린 미혼모가 낳은 한나라고 부르는 아주 사랑스러운 젖먹이 여자 어린아이다. 둘째인 에스더가 엄마의 핸드폰으로 새 식구인 한나를 자신의 팔에 안고 있는 사진과 문자를 나와 아내에게 보내왔는데, 그 사진 아래에는 “아주 예쁘죠? 내 동생 한나에요” 라고 적혀 있다.

이 새해에 혈통과 가문으로서의 가족만이 아니라 ‘다윗과 에스더’네와 같은 주님의 사랑의 가족들이 교회 안에서와 우리 사회에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