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말해야 할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말하기에는 녹녹치 않은 현실이 눈앞에 있습니다. 2012년은 격동이 예견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총선과 대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권력의 비호로 감춰졌던 비리들이 곳곳에서 악취를 뿜어낼 것입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 FTA 날치기 처리로 인한 파장이 순풍일지, 역풍일지 아직은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돌이킬 수 없도록 무리하게 달려간 결과들은 항상 후폭풍에 시달리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희망은 우리의 의지를 시험할 것입니다.

기원전 8세기 아모스 시대 이스라엘이 걸었던 길이 우리 시대의 희망을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스라엘은 강대국 앗시리아의 보호를 받으며 번영의 꿈에 부풀었습니다. 수출에 올인했습니다. 농업을 수출 중심으로 재편했습니다. 도시 자본가들이 농지를 사들여 대규모 영농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시작은 좋았습니다. 규모 있는 농업으로 수출이 증대됐습니다. 돈이 쌓였습니다. 건축 붐이 일었습니다. 곳곳에 별장이 들어섰습니다. 고가의 사치품을 수입했습니다. 부자들은 최상의 풀을 먹고 자란 바산의 암소들처럼 포동포동 살이 쪘습니다. 상아로 만든 침대에서 잠을 잤습니다. 올리브기름으로 마사지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가난한 농민들의 토지는 대부분 도시 자본가에게 넘어갔습니다. 소작농들은 도시 빈민으로 전락했습니다. 수출 중심의 농업으로 식량 부족을 초래했습니다. 식료품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가난한 이들은 식량을 구할 수 없어 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했습니다. 처자식을 노예로 팔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부자들은 여름별장 겨울별장을 철따라 옮겨 다니며 풍광을 즐겼습니다. 가난한 동포를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쥐어짜면서 그들의 탄식은 들은 척도 안 했습니다(암 4:1). 마침내 하나님께서는 부자만을 위한 세상에 분노를 토설하십니다. “그 날이 오면, 궁궐에서 부르는 노래가 통곡으로 바뀔 것이다.” “수많은 시체가 온 땅에 널리고, 침묵의 땅이 될 것이다.”(암 8:3).

그럼에도 부자들의 탐욕의 질주는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초하루 축제가 언제 지나서 우리가 곡식을 팔 수 있을까? 안식일이 언제 지나서 우리가 밀을 낼 수 있을까?”(암 8:4-6) 라며 예배드리는 시간을 아까워했습니다. 장사치들은 사람 속이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고리대금업이 번성했습니다. 사람 목숨을 신 한 켤레 값도 치지 않았습니다. 시장의 자유만을 떼어 놓고 보면, 저 옛날 아모스 시대 부자들이야말로 시장의 자유를 만끽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시장의 자유 가운데 정의는 없었습니다. 나라든, 개인이든 탐욕을 통제하지 못하면 파국을 면할 수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가? 사람들은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 FTA은 그 결정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자유로운 무역거래를 한다는 것이지만, 부자들은 자유로울지 몰라도 영세한 농민들과 소규모 자영업자와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골리앗과 진검 승부를 해야 할 처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경제 영토” 운운하지만, 1%부자들과 미국의 탐욕에 빨대를 꽂아준 것이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보수 언론의 ‘종편’까지 가세했으니 부자들은 신바람이 나게 생겼습니다. 오직 무역만이 살 길이라고 윽박지르는 이들에게서 가난한 이들의 힘겨운 삶에 대한 연민 따위는 보이지 않습니다. 시장의 자유만 있고, 양심과 도덕규범과 정의가 무너져가는 사회. 가난한 이들은 피눈물을 쏟기 마련입니다. 나라의 번영을 싫어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자들의 희망은 대낮처럼 밝은데, 가난한 이들의 희망은 벼랑 끝에 매달려 있다면 마냥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정의 없는 번영은 나라의 운명을 재촉합니다. 저 옛날 아모스 시대 이스라엘이 이를 증언하고 있습니다.

탐욕이 범람하고, 번영의 가면을 쓴 불의가 팽배한 시대에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성경은 낙심만 하지 말라고 합니다.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합니다. “(너희는) 그의 약속을 믿고, 의의 거하는 바(정의가 강같이 흐르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라”(벧후 3:11)고 합니다. 믿음은 세상이 험악할 때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참된 믿음은 진실에 대한 용기로 드러납니다. 정의는 결코 죽지 않습니다. 희망은 불의와의 대결에서 빛을 발합니다. 불의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은 희망을 향한 프로세스이기도 합니다. 희망을 바라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불의 앞에서 비굴하거나 낙심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