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그 어느 때보다 새삼스레 느끼면서 새해를 바라봅니다. 국가, 사회와 공동체의 위기는 무릇 지도력의 위기에서 비롯됩니다. 한때 ‘총체적 위기’란 말을 자주 듣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차라리 절망적 위기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절망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참혹한 세월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이겨낸 사람들입니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는 진실을 믿고 살기 때문입니다. 바닥을 치면 오를 일만 남게 마련이고, 꼭지 점에 이르면 돌게 마련입니다. 지도력의 위기마저도 바닥을 쳤기에 여태까지는 낙담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제 남은 건 희망뿐입니다. 새 지도력의 희망을 안고 새해를 맞이합니다.

2012년은 우리에게 중요한 해입니다. 지도력의 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지도력의 위기를 느끼지 않고 지내왔다면, 여느 때와 별 차이 없이 그저 그런 선거를 홍역처럼 또는 어설픈 5일장처럼 치르고 지나갈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위기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처럼, 지도자들의 대차대조표가 가감없이 드러났기에 새 판을 짤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평소에 실망과 분노를 다반사로 불러일으키던 사람들이 선거를 치르고 나서는 용케도 ‘살아서 돌아오던’ 관행이 깨질 조짐이 벌써부터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난 가을 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 때 제도권 정치는 패닉 상태에 빠졌고, 급기야 쓴잔을 마셔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위의 능력 때문인지 전형적인 망각증 때문인지는 몰라도 쓴웃음 한번 짓고는 여전한 행태를 눈 하나 깜짝 않고 계속하였습니다. 그도 모자랐던지, 국제조약비준까지 부끄럽게 감행 처리하는, 스스로 회귀불능의 상태로 빠져들었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북극성이 빛나고 새벽이 가까울수록 짙은 어둠속에 샛별은 빛나는 법입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64년 동안 수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겪은 시행착오의 틀을 깰 때가 분명히 왔습니다. ‘그들만의 리그’에 정신 팔린 사람들 빼고는 모두가 알고 있기에 새벽별을 보는 눈이 초롱거립니다.

젊은이들에게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정치 지도자들과 함께 기성세대 모두가 부패선거, 금권선거를 비롯한 잘못된 관행을 청산해야 할 기회가 온 것입니다. 도덕성의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경제 살린다는 구호에 현혹되었던 유권자들도 반성할 기회로 삼을 일입니다. 우리 모두의 가치와 자세와 행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성찰해야 합니다.

다행히 지금 희망을 갖게 만드는 미래의 지도력은 눈높이부터 다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의 냉소주의와 불만을 해소시키고 극복할 상징이 나타나고, 자기 신념과 가치에 충실하며, 대화와 소통을 가능케 하고, 일관성을 가지고 상생과 공동선과 공공성에 대한 사상을 실천하며, 건강한 상식을 지니고 사회를 새롭게 하는 일에 참여합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일이 고무적입니다.

안철수 선생이 보여주는 삶과 지도력의 진정성은 오늘의 위로요 내일의 희망입니다. 무엇보다 ‘편법과 특권을 이기는 길이요,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길’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새 시대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습니다. 더욱이 양보하고, 내려놓고, 비우는 자세는 종교인들마저도 귀감으로 삼을 만합니다. 우리에게 희망을 갖게 했기에 기대 또한 큽니다. 대권설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권은 국가 관리와 통치에 대한 깊은 철학과 지식과 함께 정치적 경험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져야할 것입니다.

50% 넘는 여론조사 결과가 말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 신뢰할 만한 정치지도자를 지지하여 새 판을 짜도록 돕고, 차차기를 위한 로드맵 짜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사이에 장관과 총리까지 경험하고 나서 인격과 소명을 살려서 국가 관리와 통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큰 지도자가 되는 길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