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입니다.
해마다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면서, 우리는 나름대로의 소망을 갖습니다.
우리교회 송구영신예배에 적은 새해 소망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갓난 아이 재승이 부모들은 아이가 걷는 꿈을 꿉니다. 개구쟁이 해명이는 초등학생이 되고, 듬직한 지원이는 중학생이 됩니다.
대학입학을 앞둔 혜주는 대학생활의 꿈을 꿉니다.
작년에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를 다녀온 종환이는 한층 구체적이고 성장한 모습이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와서 다시 호주에 가겠답니다.
호주에 정착하는 꿈을 꾸고 있더군요.
군대생활 중인 영서는 제대하고 취직할 꿈을 꾸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반으로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여기저기 원서를 내고 있는 큰아들 주혁이는 요즈음 마음이 복잡한 모양입니다.
결정 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겠지요.
지난번에 만나 이야기 하는데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고 있더군요.
노래방을 하고 계신 권 집사님은 다른 사업을 계획하며 청사진을 그려봅니다.
농사지으시는 우리 장로님은 농작물이 제값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작년에 허리수술 받은 김 권사님은 허리통증 없이 사는 꿈을 꾸고 계십니다.
교통사고로 입원해 계신 할머니 성 집사님은 건강회복해서 퇴원하는 꿈을 가지고 계십니다.
아내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경보가 울렸습니다.
새해에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건강관리에 힘써서 모든 건강지표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은혜교회 송구영신예배에 새해소망을 적는 란 참고)

오래 전에 저희 집은 과수원을 하였습니다. 제법 큰 과수원이어서 남 보기엔 큰 부자였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한해 농사를 짓고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별로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열심히 일을 했는데도 실제 소득은 아주 적었지요. 늦은 가을이 되면 가지치기를 하였습니다. 가지치기를 할 때엔 내년엔 튼실한 열매가 열릴 것을 소망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에 가지치기하러 간 과수원에서 형님과 저는 한동안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과수농사에 지친 형님은 소득이 별로 없는 이 일이 힘들고 지쳐서 더 이상 못하겠다고 하면서 사과나무를 잘라버리자고 했고, 나는 놀라서 형님께 ‘한 해만 더 참아보자’고 졸랐던 것입니다. 내년에는 잘될 수 있지 않겠냐고 하면서 말이지요.

우리가 꾸는 꿈들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시적인 것들입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은 차원이 다른 꿈을 꾼 사람이었습니다. 400년 동안 예언 활동이 멈추었던 시기에 태어난 요한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메시아를 예비하는 자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알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불꽃같은 생애를 산 사람입니다. 그는 이사야를 통해 주신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새로운 시대를 꿈꾸었습니다.(사40:3-5절)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의 오실 길을 곧게 하라 모든 골짜기가 메워지고 모든 산과 작은 산이 낮아지고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하여질 것이요 모든 육체가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보리라” (눅3:4-6)

그는 예루살렘으로 가지 아니하고 광야로 나아갔습니다. 우리 속담에 “말은 제주도에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요한이 그 시대에 뭔가 큰일을 하려는 꿈을 가졌다면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이 정상일 것인데, 그는 아무도 살지 않는 광야로 나갔습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이해가 되지 않지요.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반대의 길을 걸어갔지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히려 그에게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에게 좋은 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세례를 받으러 나오는 사람들에게 칭찬과 격려 대신에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일갈하였습니다. ‘독사의 자식들’이라는 표현은 오늘로 말하면 ‘개자식’이라는 아주 모욕적인 언사이지요. 아니, 옛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세례를 받으러 나온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욕설을 퍼붓다니요? 오늘 읽는 저도 불편한데 그 일을 당한 사람들은 얼마나 당혹스러웠겠습니까? 하지만 차분히 음미해보면 요한의 메시지는 구구절절이 다 옳은 말씀이요, 번쩍 정신이 들게 하는 참으로 귀한 말씀입니다. 그의 외침은 임박한 심판을 알려주고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요한이 볼 때 형식적으로 세례만 받는다고 해서 형편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마음과 생각의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생활의 변화가 없이 그저 세례만 받는다고 해서 금방 닥쳐올 하나님의 진노를 저절로 면할 수는 없다는 말이지요. 요한은 이것을 ‘회개에 합당한 열매’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여기 회개에 ‘합당한’이라는 말은 헬라어로 ‘axios’인데 ‘접시저울 balance scale’의 이미지에서부터 왔습니다. 양쪽에 똑같은 무게를 달아야지만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정확한 대칭의 의미가 숨겨져 있지요. 세례를 받고 회개했으면 꼭 이 회개에 상응하는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세례를 받고 회개한 결과로 나타난 삶의 열매, 윤리적 열매가 전혀 없다면 장차 임박한 진노를 피할 수 없다는 경고입니다. 그런데 열매는 반드시 나무의 종류에 따라 열리기 마련입니다. 무화과나무는 무화과열매를 맺습니다. 가시나무는 가시열매를 맺습니다. 좋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는 것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지요. 열매가 나무의 성격에 달려 있다면 우리는 좋은 열매를 거둘 수밖에 없는 좋은 나무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합니다.

새해에는 우리가 좋은 나무로 세워지기를 꿈꾸는 것은 어떨까요? 요한이 살았던 불꽃같은 삶을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사는 꿈을 꾸어 봅니다. 가장 인기 없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일일지라도 하늘의 뜻이라면 온몸으로 감당하면서 사는 꿈 말입니다.

2016년을 맞이하면서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이루기 위해 힘쓰는 사람으로 사는 꿈을 꾸어봅니다.(마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