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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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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대한 한 심리학 연구는 시계시간의 문화와 사건시간의 문화를 구별해서 이야기합니다. 전자의 경우(시계시간의 문화)에서 시간은 소중한 자원으로 취급되고 사람들은 시간 관리에 많은 관심을 갖습니다. 데드라인이란 약속과 시간 엄수는 중요한 사회적 규범으로 강조되고요. 따라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는 비경제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점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됩니다. 소위 선진국형 국가들이 이런 문화적 유형에 속한다고 합니다. 이에 비하여 후자의 경우(사건시간의 문화)는 시간보다 사건을 중요하게 다루고, 일의 결과보다 사람을 먼저 배려해서 시간을 배분한다고 합니다. 가령 음식점이나 상점의 문을 닫는 때는 숫자로 고정된 시간이 아니라 그 날마다 마지막 손님이 장소를 떠나는 시간인 것입니다. 이렇게 ‘고무줄 시간’으로 살다보면 시계도 불필요해지고 업무 처리만큼 대인관계도 중시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시계시간의 문화와 사건시간의 문화 간 특성을 살펴 볼 때, 시간에 대한 생각에 따라 삶의 의미와 생활방식이 달라지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면, 시간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시계시간의 문화권 사람들은 빽빽한 일정과 시간 엄수, 빠른 속도감으로 인해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에 쫒기다보니 삶에서 보다 소중한 가치들을 잃어버리는 기회도 늘어갑니다. 시간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갈등과 분열이 증가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 중 하나가 시간의 불평등입니다. 작년 통계청은 ‘2015 일·가정 양립지표’를 통해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이 한국 남성은 45분, 한국 여성은 227분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성별 가사노동 시간의 차이가 무려 182분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를 국제적 수준에서 비교해본다면 2015년 OECD가 집계한 남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이 덴마크(186분), 노르웨이(184분), 호주(172분), 에스토니아(169분), 슬로베니아(166분) ... 중국(91분), 일본(62분), 인도(52분)로 이어집니다. 또한 성별 가사노동 시간의 차이도 인도(300분), 터키(261분), 멕시코(260분), 일본(237분), 포르투갈(232분), 이탈리아(211분) ... 노르웨이(31분), 스웨덴(53분), 덴마크(57분)의 순위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들은 우리의 예상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성 불평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네요. 젠더적 관점에서 진행된 한 연구는 현대 맞벌이 주부들의 시간 부족 현상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하였습니다. 디지털 문명의 기술 발전으로 멀티태스킹 multitasking과 공간 제약을 넘어서는 일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해도, 갈수록 증가하는 생활일정표로 시달리는 워킹 맘들은 기억력과 주의력의 약화로 고통을 받고 그로 인한 잦은 실수로 자존감까지 상실한다고 합니다. 업적과 효율을 중시하고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는 사회적 추세에서 시간 부족의 고통과 시간 불평등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퇴근 후 집으로 출근하는 것”처럼 산다는 한국 취업주부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야하는 때입니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졌는데 그 시간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여건은 평등하지 못한 현실입니다. 새해를 맞는 모든 사람들이 한 해의 ‘새로운 시작’을 어떤 시간문화로 만들어갈지를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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