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 용만이 왕따 탈출기


(지난호에 이어)
일주일이 지나고 화요일 독서시간이 되었다.

“삼사학년이 교회에서 캠프를 많이 갔어요. 다 같이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복지사 선생님이 웃으시며 말했다.
프로그램 실에 아이들이 모여 앉아있었다.
그런데 용만이가 앉은 자리 옆으론 아무도 앉지 않았다. 옆 책상에 옹기종이 붙어 앉아있었다.
“자 넓게 떨어져 앉아. 날씨도 더운데 .”
“괜찮아요. 안 더워요.”
마지못해 지아와 예진이만 선생님 앞으로 앉고 용만이는 그대로 맞은편에 앉았다.
“오늘은 <원숭이 꽃신> 읽고 역할극 한다.”
“저는 원숭이 할 게요.”
“저는 오소리 영감이요”
“저는 해설사 할 게요.”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하겠다고 손을 들며 큰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6학년 언니들이 나와서 해라. 다른 친구들은 잘 듣고, 정휘창 선생님이 왜 이 동화를 쓰셨을까 생각하면서…….”
6학년 언니들이 실감나게 역할극을 했다.
오소리 영감 목소리를 낼 땐 아이들이 배를 잡고 웃기도 했다.
“선생님, 용만이가 괴롭혀요.”
용만이 앞에 있던 지아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지마, 또 그러면 혼난다. 자 집중!”
선생님은 주의를 주고 역할극은 다시 이어졌다.
“내 손으로 내 손으로 …….”
원숭이가 오소리를 업고 개울을 건너며 마지막 대사를 할 때였다.
“선생님, 용만이가 자꾸 괴롭혀요.”
이번엔 예진이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그러지 말라고. 했지!”
선생님 목소리에 날이 섰다.
용만이 얼굴이 불만이 가득 찬 모습이다.
“제가 괴롭히지 않았어요.”
용만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용만이 큰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사실 선생님은 용만이보다 용만이를 벌레 보듯 피하는 아이들에게 더 화가 나신 것 같았다.
아이들이 글을 쓰고 있을 때 선생님은 용만이에게 귓속말을 하셨다.
“용만아, 오늘 억울했지?”
“네.”
“너는 오늘 있었던 ‘정말 억울했던 일’ 솔직하게 써 봐”
“네.”

오늘은 정말 억울했습니다.
책상 위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불어서 날렸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내가 괴롭혔다고 했습니다.
정말 억울했습니다.

“용만아, 정말 속상했겠구나. 선생님이 잘 모르고 혼내서 미안해.”
용만이가 활동지에 삐뚤빼뚤 쓴 글을 읽으며 선생님은 사과했다.
억울해하던 용만이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렇지만 선생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언제나 말없이 주위를 빙빙 도는 용만이, 학교에서 국어 시험 빵점 받았다는 용만이를 어떻게 도와주어야할지 큰 숙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