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머니에게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한 아들은 짚신을 팔고 다른 아들은 우산을 팔았습니다. 이 어머니는 날마다 걱정이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짚신을 파는 아들이 어려울까봐 걱정이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우산을 파는 아들이 어려울까봐 걱정이었습니다. 해가 나는 날 짚신을 파는 아들의 가족들이 놀러왔습니다. 손주가 할머니 품으로 달려들며

“할머니, 날씨가 좋으니 우리 냇가로 놀러 가요.” 하자
할머니는 벌컥 화를 내며
“어떻게 이런 날 놀러 간단 말이냐? 나는 네 작은 아버지 걱정으로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라는 것이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 우산 파는 아들이 우산을 많이 팔아 싱글벙글하며 집에 들어서자 어머니는 또 역정을 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네 형의 짚신이 팔리지 않는데 그렇게 웃고 다닐 수 있는 거냐?”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걱정하느라 할머니랑 놀러 가고 싶은 손주의 소망도, 돈을 많이 번 아들의 기쁨도 함께 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짚신장수, 우산장수’ 이야기 각색).

‘짚신 장수, 우산 장수’이야기는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들어 온 이야기입니다. 이 어머니는 날마다 걱정만 하느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합니다. 얼마든지 생각만 비우면 되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어리석음은 우리 역시 수시로 저지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직장에서도 이 걱정을 하느라 동료들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경험을 하였을 것입니다. 어제 싸운 여자 친구와 어떻게 화해를 해야 할지 고민인 박 팀장에게 이 대리의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걱정하는 말이 제대로 들리겠습니까? 어디 그 뿐입니까? 우리 마음속에 들어 찬 욕심 또한 우리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게 합니다. 박 과장은 승진이 제법 빠른 편입니다. 이번에도 다른 동기들을 제치고 가장 빨리 실장으로 승진을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박 과장에게 동료가 와서 “나 어젯밤 문상 다녀오느라 잠을 못자서 머리가 잘 안돌아 가는데 이 서류 좀 검토해 줘.”하면 박 과장은 어떻게 반응 하겠습니까? 다급한 동료의 마음이 제대로 헤아려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시어머니에게 더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동서가 만들어 온 음식이 고맙기 보다는 시기가 날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동생이, 혹은 형이 나보다 좋은 성적으로 상을 받아오기라도 하면 함께 기뻐해주기 보다는 속이 불편해집니다. 한편, 우리는 그저 지나간 일을 추억하며 그 생각 속에 빠져 있을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제 회식 자리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 며칠 전 가족들과 함께 놀러 갔다 온 관광지, 재미있게 본 영화, 아침 출근길에 들었던 노래 등이 머릿속에 차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서 오가다보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잘 들릴 리가 없습니다. 당연히 공감으로 가는 길이 막히게 됩니다.

우리는 생각의 숲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정말 꺼내보면 어쩜 이렇게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 속에 뒤죽박죽 차 있는지 생각의 주인인 자신도 놀랄 지경입니다. 이런 생각들이 정리되어 비워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무슨 소리냐? 날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는데 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듣기는 듣습니다. 그러나 건성으로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정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나의 생각들 즉, 고민, 염려, 욕구 등이 비워져야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비우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그 순간만큼은 내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공감을 잘 하기 위해서는 또 무엇을 비워야 할까요?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