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예수를 믿는가? 평범하지만 도전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 질문이 어처구니없는 질문일 수도 있으리라. 아니, 당연히 구원받기 위해서 믿지, 그것도 모르고 믿나. 아니면 천국 가기 위해서 믿는 것이지. 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러한 대답들은 흔히 말하는 ‘공자님 말씀 같은’ 대답이다. 교리문답에서 요구하는 그러한 대답은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별로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질문을 바꿔보자. 믿어서 이미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진’ 하늘나라 시민권을 이미 얻었음에도 금식기도, 철야기도, 일천번제에 열심을 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날마다 더 정결하고 더 거룩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일까? 구원받은 사람다운 변화를 갈망하는 ‘성화’에의 목마름 때문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목회 현장에서 발견되는 열심은 대부분 뚜렷한 목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난관과 시련으로 말미암아 가나안교인이 되는 경우도 있겠으나 더 많은 경우에 신앙적 열심히 나타난다. 현실적이고 현재적인 목적 지향적이라고나 할까?

예수를 왜 믿는가? 복 받으려고. 문제 해결 받으려고. 혹자는 기복적이라고 비판하겠지만 다는 아니지만 그게 현실임을 부정하기 쉽지 않다. 간증집회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바로 그렇다. 예수 믿어서 인격이 변화되었다거나 가치관이 달라졌다는 식의 간증집회는 거의 없거니와 있다고 해도 별로 인기가 없다. 일확천금, 불치병 치료, 일류대 진학 등등이 간증집회의 주 내용이지 않은가?

부자의 눈에는 가난한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관심 밖이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월급이라고는 가뭄에 콩 나듯 받는 교역자들이 적지 않았고 당연히 그러한 교역자들은 타의적 금식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 금식을 우리끼리는 ‘굶식’이라고 부르며 부름 받은 자의 특권(?)처럼 생각했다. 당연히 그런 상황이 불행이라고 여기는 동료들도 거의 없었다.

섬기던 교회에서 제일(?) 부자인 권사님이 어느 날부터 예배당 마루가 부서지도록 밤마다 바닥을 치며 울며불며 철야를 했다. 정미소를 경영하는 그 권사님 댁은 온 가족이 씀씀이도 컸다. 오직 하나, 헌금하는 일만 빼고! 정미소를 하니 당연히 흔한 것이 쌀이었지만 전도사가 굶든 먹든 관심 밖이었다. 사실 미혼이었으니 먹어야 얼마나 먹겠는가. 그러니 그 가정만 성미를 제대로 해도 굶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게 밤마다 기도하던 권사님이 어느 날, 환한 얼굴로 찾아왔다. 내용인즉. 빚더미에 앉게 되어 정미소를 팔아 빚잔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단다. 살 길이 막막했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원하며 작정기도를 했단다. 이 위기에서 건져만 주시면 잘 섬기고 잘 믿겠노라고. 그런데 기도가 응답되어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정미소를 사기로 한 사람이 사정이 생겨 계약을 파기하고 손해배상을 해줘 정미소도 지키고, 급한 빚도 청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앞으로는 열심히 하겠노라”고.

작은 교회에서 목회를 하면 한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된다. 한 恨이 많은 중년부인이 어린 딸의 손을 잡고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업동이를 들인 딸이었다. 그런데 출석한지 1년 남짓할 때 어린 딸이 불치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툭하면 코피가 터지고, 수혈도 현장에서 채혈한 신선한 혈액만 사용 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6개월 시한부라고 했다. 마을에서는 예수를 믿어서 그렇다고 당장 큰 굿을 해야한다 는 등 백가쟁명식 처방이 난무했다. 앞아 캄캄했다. 전도의 문은 막힐 것이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드나들면서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어느 날은 간절히 안수기도를 하고 집에 와서 보니 복사뼈가 뜨거운 방바닥에 화상을 입어 물집이 생겼다. 주님이 원망스러웠다. 치유의 은사가 없는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기적이 나타났다.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고… 완쾌되었다는 최종진단이 내려졌다. 치료기간에 많은 은혜를 체험했다. 생면부지의 간호사들이 자신들의 피를 헌혈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모두가 감사했다.

그러한 일들을 겪을 때마다 항상 기대에 부풀었다. 이젠 열심히 하겠지. 교회가 부흥하겠지. 그러나 번번히 기대는 무너졌다. 로뎀나무 아래 엎드렸던 엘리야의 심정을 알 것 같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말이 왜 생겼겠는가? 병이 치료되면 병원을 찾지 않듯 신앙생활도 그렇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어떻게 해야 잘하는 목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