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물질이 꼭 필요합니다.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아무리 궁핍한 사람이라도 최소한의 물질은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가난을 예찬할지라도 밥은 먹어야 합니다. 문제는 최소한의 물질이 재물이 되었을 때입니다. 재물은 일종의 사회적 재산인데, 이것이 욕심과 결합하게 되면 자기 생활에 꼭 필요치도 않으면서 사람의 마음을 부리는 마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가 해 아래서 큰 폐단을 보았나니 곧 소유주가 재물을 자기에게 해가 되도록 지키는 것[이라]”(전 5:13): 재물이 자기를 지키는 주인에게 해를 입히는데, 그냥 해가 아닌 치료 불가능한 해를 입힌다는 것입니다. 이거야말로 어리석음의 극치입니다. 전도서는 그런 행위를 “바람을 잡으려는 수고”라고 합니다.

예수께서도 ‘일용할 양식’에 대해서는 그것을 구하기 위해 기도하라 하셨으나, ‘재물’에 대해서만큼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병들게 하고, 파멸시키고, 짐승처럼 만드는 것은 ‘일용할 양식’이 아닌 ‘재물’입니다. 물론 일용할 양식일지라도 그것을 얻기 위해 남의 것을 빼앗거나, 도둑질을 하거나, 강도짓을 하면 죄악입니다. 인간의 영혼을 병들게 하는 것 역시 ‘재물’입니다. 그리하여 예수께서는 재물에 관한 한 당초 ‘없는 것으로 여겨라’고 하십니다. 예수께서 영생을 얻기 원하는 한 부자에게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그리고 나를 따르라”고 하시자 그는 근심하며 돌아갔습니다. 이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예수께서 하신 말씀에 제자들이 화들짝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낙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리라”(막 10:25). 그만큼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낙타가 바늘귀로 지나가는 것과,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낙타는 바늘귀로 지나갈 까닭이 없지만, 부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부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를 원한다면, 그 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사람은 할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하실 수 있다”고 말씀하신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사람은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게 있습니다. 재물도 얻고, 명예도 얻고, 권력도 얻고, 건강도 얻고, 영생도 얻고, 세계도 얻고, 그 모든 것을 다 얻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얻을 수는 없습니다. 재물 좀 있다고 온갖 추잡한 짓 하다가 패가망신한 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높은 공직을 얻을 기회가 왔는데 떳떳치 못한 재물로 인해 낙방한 이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 살벌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 있으면 못할 게 없을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만일 종교지도자들도 청문회 같은 걸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상상도 못할 일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재물과 하나님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여 방황하지 말아야 합니다. 물질이 꼭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해가 되도록 지녀서도, 지니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재물을 가지더라고 그 재물이 나를 부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재물의 노예가 된 사람에게는 비참한 말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도서의 말씀대로 “소유주가 재물을 자기에게 해가 되도록 지[켜서는]” 안 됩니다.

이 시대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사명이 있습니다. 갖가지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입니다. 물질의 중독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이제는 물질추구의 신앙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가난했던 시절,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던 시절에 지녔던 신앙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물질적 결핍에 의해 형성된 신앙이 인간성을 얼마나 극도로 왜곡시키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하는지를 직시해야 합니다. 그만하면 모자람이 없음에도 더 많은 재물 얻으려는 생각, 무한대의 재물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물질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이 무엇보다 화급합니다. 재물이 한쪽으로만 쌓이는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고치는 데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일찍이 전도서는 재물에 대한 탁월한 정의를 내린 바 있습니다. “땅의 이익은 뭇 사람을 위하여 있나니”(전 5:9). 재물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것이 아닌, 그 땅에서 사는 사람들의 것, 즉 ‘사회적 재산’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