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이 어느덧 100호를 내게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믿음으로 시작한 일이기에 희망을 안고 계속하였습니다. 남달리 큰 정성으로 도운 손길 덕분에 내용을 알차게 다듬는 일에만 마음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조차 힘겨워서 얼마를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8년 남짓한 세월이 지나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햇순이 궤도에 오르는가 싶던 때에 IMF 위기가 닥쳐서 모두가 어렵게 되었고, 큰 도움의 손길도 거의 끊기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다달이 마지막 호를 내는 심정으로 오늘에 이르러 지령 100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실로 은총이요, 기적의 연속이었습니다.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위하여 햇순이 살아야 하였습니다. 함께 영성의 길을 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햇순이 지속되어야 하였습니다. 이야기 공동체를 이루는 데 햇순이 돋아야 하였습니다. 개인이 자기 발견을 함은 물론, 민족과 국가의 자기 발견을 위하여 햇순이 자라야 하였습니다.

공동체성서연구를 통하여 개인의 통전적 영성과 교회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영성수련을 통하여 나눔과 섬김이 독점과 오만을 키우는 경쟁심을 극복하도록 바탕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에니어그램 교육이 자기 발견을 통하여 깨어남과 깨달음으로 의식을 새롭게 하며 모두가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재발견하기를 원하였습니다.

이제 100호를 내면서 한 획을 긋습니다. ‘어제는 역사고, 내일은 신비요, 오늘은 선물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은 은총의 선물이요 은사입니다. 처음에 "햇순"이라는 제호를 정할 때의 생각을 창간사에서 이렇게 적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사야서에 나오는 고난받는 종의 네번째 노래가 첫머리에서 읊는 것처럼, ‘메마른 땅에 뿌리를 박고 가까스로 돋아난 햇순이라고나 할까?’”

고난받는 종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햇순이 한 획을 긋는 이 시점에 그리스도의 수난을 뜻하는 제목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하여 패션 곧 수난을 당하신 것은 우리의 패션 곧 격정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격정으로부터 해방시키시려는 패션 곧 열정 때문에 자기를 희생 제물로 바치는 패션을 당하신 것입니다.

이처럼 패션은 부정적인 힘으로 작용할 때는 격정이요, 창조적인 힘으로 작용할 때는 열정이요, 구원의 힘으로 작용할 때는 남을 위하여, 인류를 위하여 당하는 수난입니다. 패션을 당하신 그리스도의 내면에는 컴패션 곧 뜨거운 동정심과 애 끓는 맘이 있습니다. 컴패션은 너의 패션 곧 수난을 나의 수난으로 받아들이는 사랑의 힘입니다.

이제 햇순은 어제의 역사를 돌아보며 내일의 신비를 내다봅니다. 햇순의 이미지와 힘을 감당하기 원하는 우리는 스스로의 격정으로부터 해방되어 많은 이들이 격정으로부터 자유함을 얻게 하는 일에 열정을 쏟을 것입니다. 우리 자신의 수난을 변화와 성숙의 밑걸음으로 삼으며 승화시키는 열정을 살릴 것이며, 또한 많은 이들이 스스로의 수난을 승화시키는 열정을 불사르도록 이바지 할 것입니다.

내일은 신비의 베일 속에 있습니다. 다만 오늘을 선물로 받은 우리는 그 은사를 감당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햇순과 뜻을 함께 할 보다 많은 이들이 햇순을 더불어 북돋는 일에 참여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오프라인과 더불어 온라인으로 햇순이 돋아나도록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고, 그 뜻을 받들어 의미의 정치가 복원되고, 건강한 사회가 이룩되며, 새로운 교회가 출현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이런 뜻을 공유하는 자매형제들이 패션을 컴패션으로 성숙시킬 내일을 향하여 열정을 불사르고 싶습니다. 은총을 베푸신 하나님과 기적의 연속을 가능케 한 많은 손길들과 햇순을 사랑하며 지켜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축복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