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31일 오후 1시. 부산으로 향하는 차안은, 북극곰수영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기대와 걱정으로 술렁거렸다. 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경기도 광주시에 소재한 삼육재활센터 회원들로, 22세 척추장애 백민준 씨, 35세 척추 및 고관절 장애 김수복씨, 38세 뇌성마비 용필성씨와 여성장애인으로 25세 척추장애 정미애씨, 30세 뇌성마비 김주연씨 등이었다.

이들은 2월 1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리는 수영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날인 31일에 버스에 올랐지만, 그들의 마음은 훨씬 전부터 참가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이런 투혼에 비한다면 이번 참가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먼 거리 때문에 참가를 망설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더 한 어려움이 그들을 막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정미애 씨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장애인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메달리스트들로, 물 밖에서는 행동이 조금 불편할지 모르지만 물 속에서는 일반인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유연한 몸놀림을 가지고 있다. 북극곰 수영대회의 공문을 받을 때마다 참가하고자하는 선수들의 열정은 뜨거웠지만 참가는 생각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삼육재활센터와 경기도 광주시 수영연합회 회원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영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인솔을 맡았던 용필성 코치(삼육재활센터 체육지도대리. 전 장애인국가대표수영선수)는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또 숙박 장소였던 조선비치호텔에서도 할인된 가격으로 숙소를 제공했다고 한다.

대회 참가를 위해 특별 훈련을 거쳤냐는 질문에, 많게는 2∼3시간, 적게는 1시간 씩 매일 수영하는 이들에게 ‘특별훈련’은 없었다고 용 코치는 말한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모래사장에서 바다까지 가야하는 과정이었다. “모래위로 휠체어가 갈 수 없기 때문에 100여 미터 가량을 자원봉사자들이 선수들을 안고 가야했죠. 몸무게가 꽤 나가는 선수들과 휠체어를 운반하는 것도 어렵지만 선수들 입장에서도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용 코치와,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던 박세광 씨가 입을 모아 한 말이었다.

“낙산해수욕장에 갔더니 나무판을 깔아놨더군요. 물론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폭 1미터 가량의 판만 깔아줘도 남의 도움 없이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용 코치는 말한다. 어느 대회나 마찬가지지만, 여러 사람들이 장거리를 이동할 때 늘 신경 쓰이는 부분은 안전. 약간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남들이 하는 일을 해도 신기하게 쳐다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은 추운 바다를 완주한 후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