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비 오는 날만 고르는지 몰라요.”
엄마가 해마다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가지고 간 음식을 싸들고 교실로, 체육관으로 비를 피해 다니며 점심을 먹곤 했던 일이 생각났다.
“우리 경완이가 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맞는 운동회니까 금년엔 날이 좋을거야”
아빠가 아침에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경완이는 주먹으로 눈물을 씻었다. 아기새를 생각하자 눈물이 핑 돌았던 것이다. 그래서 희부옇게 보이던 수은등 불빛이 한결 밝아 보였다. 경완이는 그네 위에 올라섰다. 아직도 쥐고 있던 동전을 입에 물었다. 경완이는 그네줄을 단단히 잡고 힘주어 구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별을 보았던 것이다. 흐려 보였던 하늘에 별이 하나, 둘, 셋... 경완이는 불쌍한 아기새를 잊어버렸다. 별이 넷, 다섯, 여섯! 그리고 꼴깍 동전을 삼켜버렸던 것이다.
경완이는 맥없이 그네에서 내려섰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내일 운동회에 가져갈 점심준비를 하시는 모양이었다.
“내일 당신, 경완이 뜀박질 응원하실 시간 없으세요?”
엄마가 말씀하신다.
“오전에 잠깐!”
아빠가 말씀하셨다.
“경완아, 너 달리기 순서 오전이야?”
경일이가 물었다.
“......”

경완이는 다시 눈물이 글썽해지며 잠자코 서 있었다.
“꿀 먹은 벙어리냐?”
경일이가 다그쳤다.
“아냐, 동전을 먹었어.”
경완이가 대답했다.
“뭐라구? 동전을 삼켰다구?”
엄마가 깜짝 놀라 돌아 보셨다.
“응, 별을 세다가... 백 원짜리......”
경완이가 대답했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놀이터에 떨군 게 아니구?”
아빠가 마루로 나서며 물으셨다.
“별을 세다가, 목구멍으로 넘어갔어.”
경완이가 대답했다.
“괜찮아, 고구마 쪄 먹구 내일 아침 똥 누면 나올거야.”
아빠가 말씀하셨다.
“당신두 참... 어서 병원에 데리고 가셔요.”
엄마가 말씀하셨다.
“나두 옛날에 동전을 삼켜봤으니까 그렇지. 할머님께서 고구마 쪄 먹이구 요강에다 똥을 누라구......”
아빠가 말씀하셨다.
“시끄러워요, 부전자전이구려. 자기가 무슨 벙어리저금통인가, 고장난 공중전화긴가....”
엄마가 화를 내셨다.
“당신이야말로 시끄럽소. 벙어리저금통은 뭐구, 고장난 공중전화기는 뭐요. 백 원짜리 동전 하나 삼킨 것 가지고 너무하지 않소? 난 옛날에 아버님 오바 단추까지 삼켰소.”
아빠가 말씀하셨다.
“아주 장하시군요. 오바 단추까지 잡수신 아빠나, 그 아드님이나... 어서 가지 않으실거예요? 그럼 제가 다녀올래요.”
엄마가 행주치마를 푸셨다.
“경완아, 아빠랑 병원에 다녀오자.”
그제야 아빠가 옷을 갈아입으시며 말씀하셨다.
“숨은 답답하지 않지?”
아파트 정문을 나와 택시를 잡아탔을 때 아빠가 물으셨다.
“아주 꼴깍 넘어갔어. 아무렇지도 않은걸?”
경완이가 대답했다.
“동전은 왜 삼키니? 과자를 사 먹어야지.”
“아빠도 삼켰다며?”
“그래, 그만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