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풍부한 자원 보전과 미래지향적 활동’―생각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고 영혼이 맑아집니다. 오랜 시간 여수 시민들이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결정의 시간, 마침내 온 국민과 함께 기쁨의 함성을 올리던 2007년 11월 27일 새벽, 2012 여수세계박람회장이 대한민국 여수로 결정되던 순간, 여수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이 되었습니다.

EXPO를 유치함으로써 오는 여러 가지 좋은 일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사회기반 시설의 확충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회, 경제적 발전의 계기가 마련될 것입니다. 여수시는 물론이요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제고하여 세계에 더 널리 홍보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계량적으로 따질 수 없는 복,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는 기쁨입니다.

5년 전의 실패는 아픔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픔이 약이 되게 한 여수 시민들의 지혜와 용기가 이제 와서는 더욱 값지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 어떤 고통과 고난도, 실패에서 오는 아픔과 부끄러움도 참고, 견디고, 이겨내면, 그 이전에 이루려고 했던 것보다 오히려 더 좋은 것을 이루게 되고야 만다는 지혜가 이제 사무치도록 우리의 것이 된 것만 같습니다.

지난 세기의 남극 탐험가인 어네스트 색클턴은 ‘인내로써 승리한다 Fortitudine Vincimus’ 는 신념으로 위기를 극복하여 21세기에 들어서서 오히려 더욱 더 탁월한 지도자로 존경을 받습니다. 온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지원을 힘입은 것은 사실이나, 어디까지나 그 중심에는 여수 시민들이 서 있었습니다. 지난 5년의 세월을 인내로써 견디면서 새 날을 맞이할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저는 지난 반년 동안 에니어그램 교육을 위해 여러 차례 여수를 오갔습니다. 스무 밤은 그곳에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그들의 관심과 노력이 얼마나 크고 뜨거웠던가를 직접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여수 시민들의 염원과 기도가 하늘도 감동시킬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제 그보다 더한 열기가 2012년 EXPO로 뻗칠 것입니다. 1988 올림픽과 2002 월드컵 축구대회를 통해 보여주었던 대한민국 특유의 저력, 그 중간에 1년 반에 걸쳐서 이겨냈던 IMF에서 나타났던 한국인 특유의 ‘무조건적인 사랑’에서 나오는 힘이 결집되어 치솟을 때를 만난 것입니다.

여수 시민과 우리 국민이 함께 경험하게 될 세계박람회는 경제적 효과나 사회 기반시설의 확충에만 그 효과가 국한되지 않을 것입니다. KTX도 놓이고 고속도로도 제대로 뚫릴 것이며, 연안과 항만 시설, 외국 관광객 유치에 손색이 없는 숙박과 회의 시설의 확충이 이루어지겠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그러한 경험을 통해 이루게 될 영혼의 성장입니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아픔과 상처가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픔과 상처에 묶여 사느냐, 극복하고 넘어서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생겨납니다. 상처에 묶여 사는 사람은 이중삼중으로 고통당하며 손해만 봅니다. 그러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여 상처를 인정하고 수용하고 마침내 드러내어 함께 나누면, 상처는 축복 Blessure이 됩니다. 상처 입은 치유자 Wounded Healer가 됩니다. 해원상생 解怨相生의 기적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입 밖에 내어 말을 하진 않지만 여수 시민들은 2012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하여 땀과 눈물과 피를 쏟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들을 성원하고 지원한 국민들이나 정부도 모르는 여수 시민들의 특별한 힘을 저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장엄한 침묵의 언어가 마침내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작용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2012 여수 EXPO는 단순한 경제 사회적 이벤트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여수 시민들로부터 배워야 하고, 공유해야 하고, 함께 살려 나가야 할 ‘침묵의 언어’이며, 장엄한 해원상생의 힘입니다. 이런 뜻에서 2012 여수 세계박람회는 우리에게, 그리고 인류에게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