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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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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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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소름끼치는 뱀파이어를 차용해서 ‘뱀파이어 크리스천’이라고 말한 이가 있습니다. 우리 시대 세계적인 복음주의 지성으로 알려진 남가주대 철학과 교수인 댈러스 월러드 박사(72)입니다. 그가 말하는 ‘뱀파이어 크리스천’은 구원을 위해 필요한 예수 그리스도의 피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리스도인으로서 제자가 되어 순종하는 삶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크리스천을 두고 붙인 이름입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여 지나칠 정도로 ‘영성’만을 강조하는 한국교회를 향해 한 말이니 뒷맛이 개운치가 않습니다. 한때 성장목회, 교육목회, 상담목회, 치유목회, 섬김목회, 복지목회 등을 강조하던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어느 때부터인가 영성목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제법 행세하는 목회자치고 영성을 말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월러드 박사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순종하는 삶이 없는 영성이야말로 ‘뱀파이어 크리스천’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크리스천이라면 나는 어떤 모습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국가적으로 대통령 선거라는 중대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매 시대마다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배가 순항할지 아니면 갈팡질팡할지 모르는 중대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유권자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믿고 찍을 후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유권자는 괴롭다”는 말까지 나오겠습니까! 그러함에도 이 글을 받아보실 때는 싫든 좋든 누군가는 승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승자로서, 국가 권력을 노획물로 여기는 이들이야 만세를 부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국민들로서는 불편한 심기를 떨쳐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정치가 이 땅의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치는 그렇다 치고, 오늘날 한국 교회 역시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 이상 희망이 되어주지 못하는 집단이 돼버렸다는 데 고민이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이미 기득권 집단이 돼버린 것입니다. 제 이익에 혈안인 뱀파이어와 다를 바 없다는 거지요. 온갖 종류의 교회 성장론이 끈질기게 득세하는 것은 그만큼 교회가 사회로부터 매력을 잃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물론 침체의 틈바귀에서도 성장하는 교회, 부흥하는 교회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체로 물질만능에 흠뻑 젖은 교회이거나, 그만하면 성공한 사람들이 모이는 사교클럽과 다를 바 없는 교회입니다. 이들 교회가 복음을 내세워 하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님 당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저주의 굿판을 벌인 사람들이 바로 바리새인들, 서기관들, 교양인들입니다. “화 있을 지어다”라고 예수께서 경고하신 이유가 다른 데 있겠습니까? 한국 교회라고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들풀은 생명력이 강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소금기가 있는 물에 닿으면 뿌리부터 썩어버리는 약점입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순간 썩어버립니다. 종교가 썩으면 더 고약하게 변질됩니다. 그러니 어딜 가나 ‘변화’를 강박하는 사회에서 교회가 세상에 희망이 되어 주지는 못할지라도, ‘뱀파이어 크리스천’이라는 말을 듣지 않아야겠습니다. 예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짠맛을 내겠느냐? 그러면 아무데도 쓸데가 없으므로 바깥에 내버리니, 사람들이 짓밟을 뿐이다”(마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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