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 가운데 첫손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교육 문제일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철학의 빈곤 또는 부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 사느냐? 나는 누구냐?” 같은 삶의 근원을 찾아 묻지 않는 데서 생기는 문제들이라 생각됩니다. 인생의 목적도 의미도 상실한 채 ‘비 없는 구름처럼 떠있듯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사람이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또 그런 사람들이 모인 교회가 교회 구실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교육자가 된다면 교육의 본질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고 묻게 됩니다. 인간 이해, 인격, 인권, 인성교육 같은 사람 人자가 들어간 모든 가치가 땅에 떨어지거나 뒤틀려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기 때문입니다. 돈이면 제일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냉소주의가 한몫을 합니다.

교육열이 이렇게 높은 나라에서, 교육의 본질과 본래 목적을 깊이 생각하고 산다면, 교육 현실이 마땅히 달라졌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우리의 교육현실 앞에서 공교육의 문제나 사교육의 폐해를 논할 필요를 느낍니다. 기능적이거나 기술적인 면을 생각하기에 앞서 근본을 먼저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학생의 인권과 행복 추구권, 해방된 분위기에서 ‘조화로운 발달’을 이루는 권리를 먼저 살려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숨 막힐 것 같은 네모난 ‘상자 곽’에서 나오게 해야 합니다. 자기 정체성을 세우고, 비전을 보며 그 비전을 성취하도록 뒷받침해야 합니다. 마침내 독수리가 치솟아 하늘로 날듯이 더 큰 세상을 향하여 비상하게 도와야 합니다.

일찍부터 학생들이 자기의 재능과 소질, 즉 하늘로부터 받은 은사와 소명을 발견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폭넓은 독서와 운동과 사회봉사를 통하여 많은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자기 발견과 자기 관찰을 깊이 있게 하여 스스로 가능성을 확인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호연지기를 키우고 자연을 사랑하며 친구들과 어우러지는 경험도 풍부하게 하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를 의식하고, 객관적 세계를 의식하고, 우주를 의식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사회와 문화를 의식하고 역사를 의식하도록 기회를 만들어주고 이를 배우며 생각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독서와 교육과 체험을 통해서 각자의 수준에 맞게 성장하도록 다듬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라야 창의성이 발휘되고 공동체성과 협동정신이 자라나게 됩니다.

참 인간 교육, 세계 시민 교육, 생명문화 공동체 교육, 정의?평화 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일찍 시행되어야 합니다. 연령별, 수준별 교육, 특히 인성교육이 선행되고, 그 바탕 위에 교양을 더하면서 지식 교육과 기술 교육과 기능 교육이 뒤따르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는 공교육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사교육이 대체하는 방식이지만, 그 부담이 너무 커졌습니다. 비용 부담이 커진 데 비하여 학생들의 행복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뭔가 개선한다고 시도하는 것이 방과후 교실 강화인데, 이것은 공교육의 장을 사교육의 장으로 내어주는 시작에 다름 아니라 생각됩니다.

이제 판을 바꾸고 틀을 다시 짜는, 근본적인 개혁으로의 발상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함께 생각하고 고민할 과제를 감히 제언합니다.

첫째, 공교육 교과 과정 안에서 교육하고, 교과 과정 교육을 엄정 관리한다.

둘째, 그 범위 안에서만 시험을 치루고, 정밀하게 채점하여 성적을 관리한다.

셋째, 나눔과 섬김 등 사회봉사를 평가한다.

넷째, 사회의식, 문화의식, 세계의식 및 역사의식을 평가한다.

다섯째, 발달 가능성, 잠재력 및 창의성을 평가한다.

여섯째, 방과후 활동, 문자 그대로 과외 활동은 정서 교육과 사회 교육 및 체육 교육의 장이 되게 한다.

일곱째, 자기를 발견하고 자아 정체성을 세우 도록 인성 교육을 실시한다.

많은 논의를 거쳐서 정교화 할 필요가 있음을 전제합니다. 요컨대, 지식 교육을 학교 정규 교과과정 범위 안에서 실시하고, 과외 활동에서는 호연지기를 키우며 인성 발달을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핀란드의 교육이 타산지석이 될 만합니다. ‘문제는 철학이다’라는 진실을 더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