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인류는 실로 오랜 세월 거대한 마법에 걸려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저주스러운 마법이다. ‘생각해야 존재한다’는 마법에 걸려 있으니 머리가 일초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마법에 걸려 있는 한 머리를 굴리지 않으면 죽음이므로. 이것이 바로 인간 광기의 역사의 출발이다.

요즘 나는 나의 ‘자동 사고’들을 추출(?)해서 기도문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은 나에게 데카르트의 저주의 마법을 푸는 주문을 찾는 일이다. ‘자동 사고’란 의식과 관계없이 무의식 속에 자동적으로 흐르는 생각들을 말한다. 자동 사고들은 인간의 행동을 조정하고, 감정을 조정하고 결국 에너지를 잠식해 들어가며 자기가 인간의 영혼의 주인 노릇을 한다. 이것이 거짓자기의 본질이고, 우리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자리에 앉아 교만을 떨게 하는 주체이며 이 교만은 죄의식, 죄책감, 과도한 의무감과 책임감이라는 가면을 돌려가며 쓴다.

내면의 상처, 치유라는 말들이 이젠 많이 일반화되었고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도 세상에 나와 있다. 그러나 내가 ‘상처’라고 이름붙인 그 사건들이 <내 자동 사고로 인해 내가 선택하는 체험들>이라고 하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인류에게 있어서 삶이란 자동 사고에 따라 움직이고, 어쩌면 그것을 강화하는 끔찍한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무가치한 사람이야’라는 자동 사고를 가진 사람의 에너지가 자신을 그렇게 규정하기 위한 부정적인 에너지를 끌어당겨, 사고나 힘든 일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역시, 난 그런 존재야’ 하고 확인 사살하는 물리적 원리가 그것이다. 이러한 자동 사고들은 인간의 태내에서, 출생 시, 출생 과정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인간의 무의식의 에너지란 그보다 더한 기억도 담을 수 있는 전 우주적 에너지의 정보 공간이어서 그것이 어디로부터 출발한 것인지 우리는 온전히 찾아 낼 수가 없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신앙 여정의 출발이 ‘아비를 떠나는 것’인 이유는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가 우상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야훼>와는 문화적 레벨 차이가 나는 다신교의 문화가 그 아비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들에게 우상을 만들어 파는 자는 다름 아닌 ‘자동 사고’이다. 우리의 의식은 하느님을 향하고 있지만 우리 몸 세포 하나하나에 자동 사고가 새겨져 있어서 우리의 문화적 레벨을 다신교 수준으로, 오천년 전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왜 그런 것인가?’하는 질문은 여기에서 참으로 부질이 없다. ‘인간이 원래 그런 것이므로’. 원래 그렇게 생겨 먹은 것을 가지고 ‘그것은 옛사람이다. 옛사람은 죽어야 한다. 새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하니 영성의 길을 좁은 길, 고난의 길, 고통의 길이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오, 하나님, 인간이 원래 그런 거군요. 내 힘으로는 안 되는 것이군요.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바닥에 엎드리는 순간, 원래 그런 옛사람이 죽어버리는 신비……. 이것이 바로 우리로 하여금 이 길을 끝까지 걷게 하는 조화로운 우주의 힘이며, 하느님의 무한하신 은총이다. 절망과 포기, 매달림의 기도가 바로 데카르트의 저주의 마법을 푸는 첫 번째 열쇠이다. ‘생각하지 않아도 나는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