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을 위한 우리 시대 아버지 보고서’를 쓰면서 카를 게바우어 Karl- Ge bauer 는 ‘아버지로 산다는 것’이란 제목으로 책을 썼습니다. 저자 자신이 ‘아버지로 산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하고 고백했듯이, 독자들 역시 한결같이 공감합니다.

모든 아버지가 같은 느낌으로 아버지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원형심리학자 제임스 힐먼 James Hillman이 세상의 모든 아빠들은 ‘아빠 노릇을 모른다’고까지 말하였을까요? 현실 속에서 아빠 노릇을 가장 어렵게 느끼기로 말하면 ‘기러기 아빠’가 첫손 꼽히는 것은 자명할 것입니다. 이는 어느덧 사회문제가 되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해결책을 강구하려는 체계적인 노력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러기 아빠 1만 명 시대’가 되었다고 언론에 보도된 지도 꽤나 오래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서 있고, 기러기 아빠들은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심정 때문에 헤어나지 못한 채 자살을 택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부초처럼 떠밀리듯 인생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조기 유학 자율화가 허용되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의사, 변호사, 교수 등 고소득층 가정에서나 보이던 기러기 아빠 현상이 급기야는 중산층 가정에까지 확산되면서, 심각한 가정 해체가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에 조기 유학생 수가 15배나 늘어났습니다. 기러기 아빠가 1만 명이 넘었다는 말은 ‘신 이산가족’이 3~4만 명이 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기러기 아빠 문제는 복합적 문제를 야기합니다. 중산층의 경우는 매달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또한 가족과 떨어져 사는 데서 오는 외로움과 정서적 불안과 피폐해지는 가정환경으로 인해 가정 해체, 이혼, 자살 등 온갖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비단 기러기 아빠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러기 엄마’와 자녀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문제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가족의 단란함을 경험하지 못하기는 구성원 모두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자라나는 자녀들은 스스로 성인이 되어 부모 품을 떠날 때까지는 부모의 사랑을 고루 받아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정서적으로 안정될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가 조기 유학 자율화 정책을 세우고 실행할 때는 물론 ‘교육’을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겠지요. 그러나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기러기 아빠’가 양산되고, 급기야는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책임 소재의 여부는 고사하고, 그 해결 대책을 누가 세워야 할 것인지도 마땅치가 않으니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러기 아빠들의 모임이 생기기는 하였으나 서로 위안을 하는 정도 이상의 어떤 해결책도 쉽게 찾지 못하는 형편인 것 같습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기러기 아빠 구하기’ 캠페인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교회가 연대해야만 할 것입니다. 기러기 아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 모임과 연구 모임을 가져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더 지체할 수 없습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서의 기러기 아빠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내야 합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아이들이 정당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며, 가정의 단란함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고, 정상적인 가족관계가 복원될 것입니다. 일그러진 아빠의 자화상이 온전하게 회복되고 부부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양육자로서의 어머니와 보호자로서의 아버지의 지지와 사랑을 고르게 받아야만 건강한 인격으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칭) ‘기러기 아빠 구하기 연대’라도 만들어서 먼저 기러기 아빠 모임을 지원하며, 정부에 촉구하여 조기 유학으로 나가 있는 학생들이 귀국하여 공부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모색하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여러 가지 방안 가운데 먼저 타당하고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부터 풀어가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이 문제 해결을 더 이상 미루지 않아야 합니다. 기러기 아빠 구하기는 가족 모두를 구하는 일이며 올바른 교육을 살리는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