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사회문제가 된 기러기 아빠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생긴 문제라지만 근본을 따지고 보면 교육관의 문제요, 사회적 눈높이 CE⁴- Level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기러기 아빠가 1만 명이 넘고, 딸린 가족의 수를 생각하면 그들의 문제는 인구 비례로 봐서 전체 가정의 1천 분의 1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장차 여기서 비롯될 문제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야만 합니다. 더 늦기 전에 기러기 아빠 문제가 결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깊이 느껴야 합니다.

때마침 크리스마스의 계절이 다가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연말연시가 되면 성탄절과 정초에 모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서로 모이지 못하고 만나지 못했던 가정이라도 이때만큼은 모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욱이 기러기 아빠 가족은 꼭 모이면 좋겠습니다. 큰 맘 먹고 재회의 기쁨을 특별히 누리기라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각별히 마음을 써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인 상봉 프로그램을 짜는 겁니다. 떨어져 지내면서 느끼던 고독과 좌절감 또는 상실감을 포함하여 특히 힘들었던 시간과 경험들을 후련하게 털어놓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연유로든지 떨어져 살게 된 이상, 누구나 겪으며 느낄 수밖에 없었던 문제들에 대하여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겁니다.

그리고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기러기 아빠와 가족들을 초청하여 식사도 같이하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가짐으로써 사람 사는 기쁨과 보람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하게 하는 겁니다. ‘공동체인 Person- in-community ’의식과 더불어 모듬살이의 즐거움을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을 맛보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끈끈한 정을 모르거나 잊고 살았던 사람들이 그것을 새롭게 느끼며 되찾게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자신들도 모르게 경쟁, 결과, 성공 같은 생각들로 가득 찼던 머리에 그리움, 정, 관계, 공동체 같은 생각으로 채워지게 될 것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닫아놓고 빗장 지르고 살았던 마음의 문이 열리고 사랑의 물결이 일게 되는 것이죠. 따뜻한 훈풍이 감돌고, 향기로운 영혼의 돌봄이 경험됩니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면, 기러기 아빠의 가정이나 가까운 이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 또는 이웃 사이에서 새로운 눈뜸이 생깁니다. 외곬으로 치달을 때는 딴 생각하지 않고, 못하고, 그저 좋은 대학에 보내는 일념으로 살아오던 것이 허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먼저 해야 할 것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대화도 함께 나누고, 책도 함께 읽고 놀이도 함께 해야 합니다. 특히 이야기 공동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사랑 받고 자라야 사랑합니다.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어야 가족 사이에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부모와 관계가 편하게 정상화되어야 누구하고도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이 됩니다. 아버지의 롤 모델이 뚜렷한 아들은 좋은 아버지 노릇을 감당하는 어른으로 자라납니다. 적어도 이런 환경에서 이런 경험을 겪으며 자라야 좋은 학교를 가는 것도 보람이 있습니다.

절차나 과정이 어찌 되었든 간에 결과만 좋고 성공만 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으로 자라난 사람은, 좋은 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고사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좋은 자리에 가서 앉아도,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사회적 관심이나 공동체 의식이 지극히 희박한 사람이 되기 쉬운 법입니다.

오늘의 비뚤어진 관행을 보면, 기러기 아빠들이 아이들의 장래를 역광선으로 비쳐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국회에서 미디어법을 처리하는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일사부재의 원칙을 깨버리는 현실을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기러기 아빠들부터 눈뜸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들 주변에 있는 친지들이나 이웃들도 함께 자각해야 합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메랑이 되어 우리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로 돌아올 것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사람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