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가슴 뛰는 삶을 구가하기를 갈망해 왔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에 진정으로 가슴이 뛰는지를 염탐해오곤 했다. 그 이유는 가슴이 뛸 정도의 삶의 기쁨과 보람은 외부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찾아 나서야만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누구든지 자신의 가슴이 가장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날, 링컨 대통령이 백악관 복도에서 손수 구두를 닦고 있었다. 이것을 본 비서는 품위가 떨어진다면서 만류했다. 대통령은 비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구두를 닦는 것이 왜 부끄러운 일인가? 대통령이든 구두닦이든 모두 자기 일을 하면서 사는 것뿐인데…. 세상에 천한 직업이란 것은 없소. 천한 사람이 있을 뿐이지.”

영어로 ‘call’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사용된다. 호텔에서 아침에 전화벨을 울려 잠을 깨워 주는 것을 ‘모닝콜’이라고 하고, 부르는 대로 달려오는 택시를 ‘콜택시’라고 한다. 여기서 콜이라는 말은 ‘부르다’, ‘불러오다’, ‘호출하다’라는 뜻인데, 이것이 명사형으로 ‘calling’이 되면 직업이라는 뜻이 된다. ‘부름’이라는 ‘부르다’의 명사형이 어떻게 직업이라는 뜻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이 자동차 정비공이라면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부른다. 누가 그를 자동차 정비공으로 만들었을까? 성장 배경과 자신의 취미, 기호, 사회적인 분위기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자동차 정비공이 된 데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뜻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그러기에 ‘콜링’은 단순히 직업의 의미만은 아니다. ‘하늘이 내려준 직업’이라는 뜻이 적극적으로 들어 있다. 하나님이 불러주신 직업, 하나님이 내려주신 직업이라는 천직 사상은, 개인의 소명의식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곧 사회의 안정과 번영에 직결된다.

나는 이 천직 사상을 다른 말로 천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천복이란 ‘하늘이 내리는 복’ 다시 말해서 하나님이 내리시는 복으로서 육신과 영혼이 가자는 데로 가는 일을 하며 사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싱클레어 루이스는 자신의 소설『바비트』의 마지막 구절에서 “나는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나도 해보지 못하고 살았다.”고 맺고 있다.

이 고백은 결국 스스로 천복을 누리지 못했다는 말이다. 조셉 캠벨이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이 이처럼 바비트의 화신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친구라는 이름의, 사회라는 이름의 바비트의 화신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사회와 제도라는 타의에 의해서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이고, 문제는 또 다른 바비트의 화신을 양산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천복을 누리는 방법을 알고 가르쳐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직 자신의 마음 바닥에서 인식하는 도리밖에는 없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언제 천복을 만나는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며, 천복거리를 찾는 일은 스스로 갈고 닦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아난다’는 ‘천복, 황홀’이라는 의미를 지니는데, 오직 자신만이 천복을 누리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누구나 대접하기보다는 대접받고 싶어한다.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바라는 바가 척척 이루어지는 알라딘의 램프 같은 것을 갖고 싶어한다.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바라는 것이 있을 때 램프를 어루만지면 거인이 소원을 들어주는 그런 램프 하나 있었으면…” 하지만 그런 램프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다 지저분한 일을 떠나서 땀 흘려 일하지 않고도 만사가 잘 돌아가는 세상은 아직도 요원하다. 누군가는 흙을 매만지며 곡식을 심고 거두어야 하고, 누군가는 땀을 흘리며 그 곡식을 가공하고 운반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기계가 처리해줄 수는 없다.

“세상에 그런 램프가 어디 있을까. 나의 능력과 노력으로 더 좋은 생각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알라딘의 램프가 아닐까…” 그렇다, 알라딘의 램프는 분명 존재한다. 자신에게 딱 맞는 그런 일, 곧 천복을 만날 수만 있다면, 그것이 곧 알라딘의 램프일 수 있다. 그 일을 하기만 하면 기쁨이 마음속에 넘쳐나고 행복이 가슴에서 춤을 춘다면, 하늘이 준 자신의 램프에는 이미 불이 켜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재능, 자신의 열정에 불을 켜지 않았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