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Nulla in mundo pax sincera 라는 비발디의 곡을 요즈음 들어보니, 그 어느 때보다 실감이 납니다. 이 세상에 참 평화가 없듯이 참된 쉼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에 남과 북의 긴장이 고조되고 갈등이 심해지고, 사회적으로는 갈등과 불안과 혼돈이 가라앉을 줄 모르는 형국이니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세계 도처에서 요동치듯 하는 금융위기와 경제위기 속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평화가 없고 쉼이 없는 까닭이 도대체 무엇일까를 생각해봅니다.

‘잘 살아 보세’를 외치며 살아왔고, 이제는 ‘웰빙’ 바람이 일어 붐을 일으킬 정도로 열심히 살고는 있는데, ‘삶의 질’ Quality of Life이 이러한 열정이나 노력을 뒤따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문제는 삶에 대한 성찰과 삶의 주체인 나에 대한 통찰이 부족한 탓으로 여겨집니다. 열심히 일하고 삶도 열심히 일구어 가고 있는데, 이러한 통찰이 없다보니 쉼도 없습니다. 진정으로 ‘참된 쉼’이 없습니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쉴 날이 없이 밤낮으로 열심히 삽니다. 자라나는 자녀들에게는 대개 ‘부재중인 아버지’ Absent Father로 살아가면서도, 그것이 결국 자녀들은 물론 자신에게까지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를 잘 모르는 채 그저 열심히 삽니다. 쉼표가 없습니다. 멈춤이 없습니다. 참 쉼이 없습니다. 음악에서도 쉼표가 없으면 음악이 안 되듯이, 인생에서도 쉼표가 없으면 인생이 안 됩니다.

40-50대의 돌연사 또는 과로사 이야기가 자신과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점차 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온전한 건강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반건강 상태에 있는 것도 나와 상관없는 일로 치부합니다. 이런 경향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데도 어쩌지 못하고 타성에 젖어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큰 숨 한번 쉬고 스스로 성찰하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웰빙을 ‘참살이’라 표현하는데, 이는 ‘참쉼’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참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우선순위에서 첫 손으로 꼽혀야 할 것임을 깊이 자각해야 합니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되짚어볼 때면 항상 ‘참쉼’이 먼저 떠올라야 합니다. 그래야 ‘영혼의 돌봄’이 시작됩니다.

‘고장난 버스’ Wayward Bus라는 작품에서 풍자되었듯이, 멈출 줄 모르고 질주하는 삶에 제동 Brake을 걸고 멈춤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기고, 이웃의 삶에 관심도 갖게 됩니다. 무엇보다 먼저 가족이 지금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잠시 멈춰 서서 살필 수 있어야 됩니다.

들풀을 만져본 일이 있었는가, 들꽃의 향기를 맡아본 일이 언제였는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고궁이나 자연 속의 숲이나 강변을 거닐었던 때가 언제였는가를 한번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함께 새벽의 찬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이마셔 본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자각하게 되며, 주말에 온 가족이 교외의 숲에서 아침명상을 함께한 경험은 삶을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바쁘다 바뻐’를 외치며 사는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면 좋은 말이 있습니다. ‘바쁨 그 자체가 악마는 아니지만, 악마에게 속한 것이다.’ Busyness itself is not a devil but of a devil. 쉼을 모르는 바쁨은 삶도 사람도 망가뜨리기 쉽습니다.

관성의 법칙에 따라 진행되는 ‘쳇바퀴’ 같은 삶에 쉼표를 찍는 일이 때로는 귀찮거나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에 ‘참쉼’이 결코 쉽지 않은 줄은 압니다. 그러나 뭔가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시작하려면, 크고 작은 고통이 따르는 법이고 결단도 필요한 법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시작하십시오. 운동부터 하고 나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한다고 결심하고 결행하십시오.

저녁식사 후에 가족이 함께 동네 주변을 걷는 데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아침산책을 함께 하면, 또 그 맛이 더욱 다릅니다. 산에 오르는 것도 생각해 보십시오.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어디 가면 먹을 수 있을까 정보수집도 하고 정보교환도 하십시오. 맛있는 삶이 곧 ‘멋있는 삶’으로 이어집니다. 맛과 멋이 어우러지는 삶은 ‘참된 쉼’에서 비롯됩니다.

삶에 있어서 노동과 애정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듯이, 노동과 휴식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같은 이치입니다. 대우주 macrocosmos의 일부로서 소우주 microcosmos인 나는 우주가 운행되는 원리를 따라서 살 때 참살이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참살이를 위해서 ‘참된 쉼’은 필수과목입니다. 잘 쉬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