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이 성공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에는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함을 일깨우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출세주의 또는 성공주의가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절차를 무시하는 성향 또한 강하기만 합니다. 따라서 능력과 능률은 강조하는 데 비하여 성실성과 품위는 소홀히 여기게 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대통령이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통령 노릇’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총리나 장관이 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책임을 감당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더욱이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신뢰받느냐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람이 무엇이 되든지 간에 어떻게 사느냐를 살필 때 여러 가지 고려할 바가 있겠으나, 전통과 혁신에 대한 이해나 자세가 어떠한가를 보는 것은 의미 있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개인에게도 중요하지만 국가에는 더욱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전통이 없으면 야만이 되고, 혁신이 없으면 미개하다는 말을 떠올립니다. 이 말 자체가 그 어느 쪽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곧잘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기를 잘합니다.

전통을 강조하면 혁신을 소홀히 하게 되면서 수구적 경향만 강해져서 굳어집니다. 반면에 혁신을 강조하면서 전통을 소홀히 하면 급진적인 경향만 강조되다가 무질서 내지 무정부 상태로 기울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인지, 동서고금의 선각자들과 현인들은 그 둘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살았습니다.

예수의 삶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예수는 전통을 존중하였습니다. 전통이 지닌 정신과 본래적 의미를 재발견하여 삶속에 재해석하며 그 뜻을 실천함으로써 혁신을 이루었고, 그렇게 해서 평생토록 전통과 혁신의 균형을 이루며 살았습니다.

이제 금년 12월 호의 편지를 쓰면서 이 뜻을 마음에 새깁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가입된 지 14년이 되는 시점에서 G20정상회의 의장국이 되어 성공적으로 모든 일정을 마침으로써 다시 한 번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은 기뻐할 일입니다. 그러나 ‘국격’을 깊이 생각하기로 말하면 선진국 대열에 걸맞게 품위를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절실하게 느낍니다.

앞서 말했듯이 인격이나 국격을 말하자 해도 전통과 혁신의 균형과 조화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무구한 역사와 빛나는 문화전통을 지니고 있는 나라입니다. 1960년대 이후 경제발전을 강조해오다가 근래에 와서 여러 분야에서 전통 문화를 재발견하는 모습은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이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렸던 점을 재조명할 필요를 느낍니다.

예를 숭상하고 지켜온 전통을 오늘에 맞춰 재해석하며 세계적 수준 Global Stan- dard의 문화와 사회 환경을 포함한 문화와 시민의식을 포함한 매너를 개인도 국가도 한층 높여야 할 것입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 와도 예의범절을 갖춘 시민과 국가로서 세계 속에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할 것입니다. 경제 발전에 발맞추어 정신문화의 발전과 지성과 영성의 조화를 갖추어야 합니다.

세계를 품는 마음은 강대국이나 약소국을 막론하고 편견을 배제하며 관용과 배려와 공감을 나누게 합니다. 과거에 삼강오륜을 바탕으로 하여 예의를 지켰다면, 이제는 세계 속의 한국이 떠안아야 할 책임과 관심과 품위를 갖추고 약자를 보호하며 강자와 대화하며 상하 강약을 막론하고 누구와도 좋은 이웃이 되는 열린 마음, 따듯한 정을 누구에게나 베푸는 시민과 국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대외원조를 늘리면서 부패지수는 낮추고, 장애인 편의시설을 늘리며 복지 시설을 확충하고, 독서 인구를 늘리며 문화지수를 높일 일입니다. 대문이 활짝 열린 선진국의 면모를 갖추어 어느 나라 사람이 와도 제 집처럼 편하고, 산천과 함께 문화도 국민도 아름답게 느끼도록 해야 할 일입니다. 전통과 혁신의 조화와 균형이 꽃피우는 자리는 우리 한 가운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