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붕괴 Total Collapse의 굉음이 울리는 악몽에 시달리는 요즘입니다.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출신 스테판 에셀 Ste- phane Hessel이 ‘분노하라’ Indignez Vous!는 책에서 말하듯이 현실의 부조리와 불의에 대하여 분노할 줄 모르는 것은 모르는 사이에 불의의 방조자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공의 적’이란 영화가 그리고 있는 불의한 자들은 오히려 왜소하게 보일 정도로 ‘큰 물고기들’이 흙탕물을 어지럽게 일으키다 못해 둑을 무너뜨릴 지경이 된 것을 보면서 속을 끓이고 분노하지만, 정작 언론은 부드러운 논조로 다루고 있는 인상입니다. 이 정부 들어서면서 흔히 말하듯이 부정부패의 ‘4대 필수 과목’을 치룬 사람들, 그래서 ‘최소 시민’ 자격조차 결여된 사람들이 국가 고위 공직에 오늘까지도 임명되었습니다.

그 가운데서 최고 통치자의 사랑과 신뢰를 최고로 받은 공직자가 부산저축은행의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되는 사태에 이르고 보니, 그 사건의 상징성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명문 대학 출신으로 고시에 패스하고, 판사와 검사직을 거쳐서 국가청렴위원, 변호사, 부패방지위원, 정치인 경력까지, 마침내 감사원 감사위원이 되었던 사람입니다.

어느 사회도 부정부패는 있고, 부패 공직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이기 보다 보편적인 듯이 너무나 많은 수의 고위직이 연루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지금 문제시되고 있는 기관들이 어떤 것입니까? 국가 ‘공공성 수호의 보루인 감독, 감사, 검찰, 공정,사정 기구 자체가 전면적으로 부패,도괴되고 있다’고 어느 교수는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현대 신용사회에서 신용과 신뢰의 보루인 은행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날 때의 충격은 비교도 안 됩니다.

대통령책임제 하에서 최측근이 부패에 연루되는 것은 충격이 큰 만큼 연계성 또한 큰 법입니다. 공직자들이 후보로서 검증받을 때 문제를 덮고 지나가는 것이 권력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면죄부 역할이 되지 않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선량한 시민들이 땀 흘려 경제발전을 이루어 한국의 경제 지수가 세계 13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국제투명성기구 발표를 보면, 한국의 부패 지수는(5.4) 180국 중 39위입니다. 같은 아시아권의 싱가포르와 뉴질랜드가 최고로 청렴한 나라로 꼽히는 것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질 일입니다. 그러니 행복 지수는 103위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등교육 인구가 인구비례로 세계 1위를 달리는 나라, 기독교인구만 하더라도 국민의 1/4에 육박한 나라로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면, 적어도 경제 지수에 맞춰 청렴 지수도 행복 지수도 엇비슷하거나 웃돌아야 될 것이 아닌가 자못 안타깝습니다.

제헌절을 기념하며 준법정신을 온 국민이 가다듬자고 기념사가 나올 것입니다. 한 발짝 더 나아가서 개헌에 대한 논의도 새롭게 시작되어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을 만드는 헌법을 바꾸는 일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독교인뿐 아니라 모든 종교인들과 지식인들을 포함한 시민들이 나라의 체면을 생각하고 후세들을 생각하여 공공성과 공양심과 정의감을 쇄신하는 결단을 해야 합니다.

더 늦으면, 막을 길이 없습니다. 3류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생각하고, 모두 결단할 때입니다. 우리도 건전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 정직한 사회를 이룰 자격도 자산도 능력도 있습니다. 더 이상 부패한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설 땅이 없게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

반세기 전에 영국의 대주교 존 로빈슨 John A. T. Robinson이 쓴 명저 ‘신에게 솔직히’ Honest To God를 다시 상기합니다. 크리스천들이야말로 종말론적인 신앙을 가지고 바로 지금 여기서 최후의 정직성을 천명하는 일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 땅의 모든 지성인들이 ‘정직한 사회를 위하여’ 결단하며 투신할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