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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들면 내게 주기라도 할 텐가?”
이번엔 할아버지가 뜸을 들이듯
혼자말같이 대꾸했어.
“좋으면 아예 데려가슈, 그랴!”
“개 인심, 좋네!”
“그렇담, 그만두슈!”
“금방 또 화났셨수?”
“개 장수한테 돈 받구서,
내 한 마리라두 팔았으믄
내 이름이 개 장수유!”
“그렇지, 그럼!
돈 받구는 안 판다!
데려가서 잘 살아라, 이 말씀?”
할아버지, 껄껄웃으셨지.
그래서 난 오랜만에
새 주인을 만났던 거야.
우리네 진돗개 가족들
첫 주인에 첫 정 아니면
마음 바꿀 줄 모른다지만
어디 내가 한두 주인 만났는가.
어디 내가 한두 군데 헤메었는가.
여기저기 떠돌다 보니
이곳저곳 볼 줄 알고,
이 이 저 이 만나다보니
이 사람 저 사람 볼 줄 알고,
이 집 저 집 옮겨살다보니
집 안팎, 그 집 사정 볼 줄 알고
이 주인 저 주인 만나다 보니
엉터리 주인도 알아보고,
그러다 만난 할아버지
첫눈에 마음 쏠려
양지쪽에 엎드려 있다가
정신 들어 벌떡 일어섰구나

개량한복 입으시고
앞장 서 걸어가시는데
걸음걸이도 기운차시다.
좁은 길에서는 뒤에 서고
넓은 길에서는 옆에 서다 앞에 가다
때로는 할아버지가 돌아보고,
내가 앞서다가는 내가 다시 돌아보고
할아버지 눈짓 하나에
내가 먼저 길을 찾는다.
신작로를 걸어가다
샛길로 들어서는데
수목이 울창한 것이
숲 속으로 들어가는구나.
후박나무 넓은 잎새
햇빛을 가리우고
아름드리 적송 밑둥치
이끼가 돋았구나.
얼마를 걸었기에
이 깊은 산 속인가.
할아버지는 어떻게 이따금
이 길 걸어 오시는가.
오르막길 내리막길
얼마를 가다보니
양지 바른 너른 공터에
날아갈 듯 기와집 한 채,
갑자기 컹컹 짖으면서
개 한 마리 마중 나온다.
“오늘부터 니 짝이다.
풍산서 온 점순이란다.”

할아버지가 내 머리 쓰다듬으며
친구를 소개하셨다.
진도산 별 단 개와
풍산개 점순이가
이리하여 한 집에서
오순도순 살게 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