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처음 촛불집회가 시작될 때는 생각지도 못한 시민혁명이 완수되었습니다.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는 가장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민주적 시민혁명이라고 외신들은 입을 모아 전하고 있습니다. “이게 나라냐?”로부터 시작된 시민들의 각성이 땅에 떨어진 국격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았습니다. 우리 모두 충분한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듯합니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눈을 떴습니다. 집단적 민주의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놀라운 축복입니다. 혁명이 행복한 놀이판처럼 축제가 되었습니다. 피를 흘리지 않아도 만들어 낼 수 있는 혁명을 발견하고 만 것입니다. 이제는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이 명예혁명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없을 것입니다. 눈을 뜨고 만난 새 세계, 새롭게 보고 만 세상을 어떻게 지워버릴 수 있겠습니까? 문득 진달래 교회 이병창 목사의 <심봉사 예수> 한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그날의 잔치판에서
꿈쩍 꿈쩍 꿈쩍거리다가 마침내
심봉사 눈을 뜨니
함께 있던 봉사들
왔다 간 봉사들
지팡이 흔들며 오고 있던 봉사들
모두 모두 한꺼번에 눈을 뜨고
덕분에 눈 먼 짐승들까지 눈을 떠
광명천지 새 세상 되었다는 장면에
나는 인류의 심봉사
예수를 생각한다.
강대상에 판소리 대본집 올려놓고
그 분을 그리워한다.

눈물겨운 세상 눈물겹게 살다 가신
그분 오시면
심봉사 눈뜨는 대목 들려드리며
코리언 와인
전주 막걸리 대접할 날을 기다린다.

심봉사가 눈을 뜨는 그 순간에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봉사들, 심지어 눈먼 짐승들까지 눈을 떠 광명천지 새 세상이 되었다는 <심청가>를 보며 메시아 예수를 떠올립니다. 심봉사가 눈을 뜨기까지 심청이의 희생과 심봉사와 주변 인간들의 오욕칠정이 뒤엉킨 고난의 삶을 새롭게 되새깁니다.

오늘 우리의 시민혁명은 세계사에 유래 없는 평화혁명이었지만,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절망을 먹고 자란 것입니다.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은 피와 죽음의 제단에서부터 피어난 것입니다. 이것이 승리의 기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대통령이 보여주는 작은 소통의 몸짓 하나에도 감동받고 눈물 흘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가 기다려왔고 꼭 필요했던 위로와 감동을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기억해주십시오. 아직도 위로를 기다리고 희망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그렇게 시민들의 눈물을 보고 나아가신다면, 개인적으로 가장 위대한 성공을 한 대통령이 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21세기를 영성의 시대라고 합니다. 대통령께서 히말라야를 여행하실 때, 부탄에서 행복을 위한 정치를 보고 크게 깨우친 바가 있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지금 세계는 물질적 풍요를 위한 정치에서 영적 풍요를 위한 정치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보여주는 따뜻한 감성과 성숙한 열린 마음을 국민들은 보고 있습니다. 양극화 시대에서 지금은 경제적 빈곤이 가장 큰 과제처럼 보이지만, 그 너머의 영성의 가치를 늘 염두에 두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경제화 정권, 우리의 탐욕을 부추키어 더 많은 양극화와 갈등을 가져온 그런 정권이 아니라, 비록 가난해도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본래 우리 민족의 따뜻한 성정을 되살리는 그런 인간화 정권이 되시기를 부탁합니다. 오늘 문재인 정권의 승리가 온 국민의 승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그 뜻을 이루실 때까지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