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이도 썼으면 발표하자.”
1학년 혜원이는 부끄러운 듯 뱅글거리며 웃기만 합니다.
“그럼 종합장 이리 줘봐라. 선생님이 대신 발표해도 되지?”
1학년 혜원이는 몸을 비비꼬며 선생님께 종합장을 내밉니다.


음식 먹다가 싸움난 일

딱 한 개 남은 치킨
내가 먹으려고 했는데
오빠가 먹어버렸다.
내가 오빠한테 화를 냈다
근데 싸움에서 내가졌다
슬펐다


선생님이 발표하는 동안 혜원이는 여전히 뱅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모두 재미있게 잘 썼네. 잘 쓰려고 하면 어려운데 그냥 솔직하게 쓰면 부담 안 되고 재미있지? 다음 시간에 <몽실 언니>가져오자. 참 소원이는 발표 안했잖아? “
선생님 옆자리에 앉아있던 소원이가 선생님께 종합장을 내밉니다.
“선생님만 보세요.”
“왜?”
“그냥이요.”
“알았어, 때로는 발표하기 싫을 때도 있지. 하기 싫을 땐 하지 않아도 돼.”


아버지 어머니 죄송해요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나 때문에 이혼을 하셨다.
그 이유는 할머니께서 여자를 싫어하시는데 언니를 낳아서 단단히 화가 나셨는데 또 다시 나를 낳아서 그리됐다. 할머니가 화가 폭발하여 이혼을 했고 슬픔에 잠긴 어머니께서는 자살하고…….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지옥이 아니라 천국에 가셨다. 아버지께서는 후회를 많이 하시고

아버지 어머니 죄송해요. 나 때문에
그리고 어머니 천국에서 잘 사세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다들…….
절 용서하지마세요. 저 때문에 우리 어머니께서 천국에 가셨어요.
절 용서하지 말아요.
어머니 천국에서 잘 사시길 기도할게요.
그래도 엄마가 보고 싶어요.
엄마, 왜 절 버리고 가셨나요?
엄마…….그래도 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해요.
사랑해요, 엄마 꼭 하나님께 돌아오고 싶다고 돌아오게 해달라고 부탁하세요.
저도 부탁할게요.
교회에서 매번 기도할게요.
엄마도 부탁해 보세요.
하나님 반드시 보내 줄거에요!
힘내세요!
저도 노력할 거에요!
파이팅!


소원이 글을 읽으시던 선생님은 한동안 말이 없으셨습니다..
“소원아! 네 잘못 없어.”
“저 때문에 이혼을 하신 거잖아요?”
“요즘 세상에도 아들딸 차별을 하다니…….”
선생님은 혼자 말하듯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엄마아빠 두 분의 문제, 네 잘못은 아니야”
소원이는 잠자코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자 체육 하러 가라. 가서 한바탕 뛰고와라.”
아이들이 한꺼번에 와당탕거리며 프로그램실을 빠져 나갑니다.
선생님은 소원이를 안고 등을 두드립니다.
“소원아 괜찮니?”
“네.”
소원이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너도 체육 하러 가라.”
“선생님 정리하는 거 도와드리고요.”
“고마워. 다음에 톨스토이가 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동화책 선물 줄께. 틈틈이 책 많이 읽어라.”
“네.”
“좋은 책을 읽다보면 좋은 일이 생길거야. 힘내! 너도 빨리 운동장으로 가라.”
소원이가 센터 문을 나섭니다.
선생님은 창밖으로 소원이 달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습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