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04

    목차 (2004년 5월호, 제99호)         :햇순: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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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과 삶의 뜨락

 

 

 

 

 

 

 

 

 

 

 

 

 

글쓴이
:
김 윤 희 님

경희대 간호과학대학 교수
제19기 영성수련










 

소나무의 스승

김 윤 희

소나무여!
어느 때 어느 곳,
어떠한 풍파에도 꼿꼿이 서 있는 정직한 그대의 성품이
조그마한 실리에도 양심을 가리는
이 몸보다 낫구료.

소나무여!
사계절이 바뀌고 유행이 바뀌어도
태어날 때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하는 순수한 그대의 성품이
하루에도 수십 번 변하는
이 몸보다 낫구료.

소나무여!
남루한 노숙자가 찾아와도
낳아준 부모와 내가 낳은 아이들을 살인한 흉악범이 찾아와도
언제나 두팔 벌리고 맞아주는 관대한 그대의 성품이
작은 충고에도 노여움을 타는
이 몸보다 낫구료.

소나무여!
팔뚝을 떼이고 다리를 베이는 고통이 있어도
불평한마디 없이 참고 인내하는 그대의 성품이
지나가는 말에도 상처를 받는
이 몸보다 낫구료.

소나무여!
바늘의 몸보다 더 얇은 너의 햇순은
오동지 섣달 눈보라에도 동상 없이 살아남는
강인한 그대의 성품이
작은 어려움에도 좌절하는
이 몸보다 낫구료.

소나무여!
그 넓고 넓은 사랑을 가르쳐준
그대의 스승은 누구란 말이뇨.
언제나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그대의 모습 보니
틀림없는 하나님이시구료.

소나무여!
그대보다 몇 십 배를 살아오면서
숱한 날 배워 온 이 몸
하나님의 제자임을 이제야 깨닫게 되니
부끄럽구료.

하나님!
이제 후회하오니
저에게 사랑과 은혜
흠뻑 내려주옵소서!
흠뻑 내려주옵소서!

 


제19기 영성수련에서 쓴 자연 묵상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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