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서울의 창경궁과 여의도의 윤중로에서는 벚꽃잔치가 한창이다. 며칠전 이곳을 지나가게 될 기회가 있었고, 젊은 연인들이 때를 만난 듯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활보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면서 저들도 언젠가는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리라는 생각을 하며, 진실로 그러하기를 기도드렸다.

그런데 우연히 집어든 신문에서 우리나라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으며, 머지 않아 세계 1위인 미국을 향해 달음질치고 있다는 보도를 읽게 되었다. 이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동거 기간별로 세분해 보면 0-4년 26.9퍼센트, 4-9년 23.2퍼센트, 10-14년이 19.4퍼센트, 15-19년이 14.7퍼센트, 20년 이상이 15.7퍼센트나 되며, 한해의 결혼건수 대비 이혼율은 무려 47%나 된다는 데에는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 어제의 단란했던 부부를, 가정을 갈라서게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사랑의 에너지가 넘쳐 흐르며 새 생명력이 솟구치는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그대를 위한 명상

어떠한 이름으로도
그대를 부르고 싶지 않다

이름을 부르면
태양에게선 노을이 떨어져 나가고
별에게선
숱한 신화를 머금은 별자리가
삭제되어 버린다

그대의 피부가 끝나는 곳에서
끝나지 않는 그대이기에
해무리 달무리를 즐기듯
이름을 부르지 않는
침묵의 여운에 잠겨
나는 그대 존재의 번짐을
생각한다

어느 누구도
외로운 홀로의 섬이 아니기에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고 싶지 않다

어느 누구도
둥지에 갇힌 새가 아니기에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고 싶지 않다

이름없이 부르는 내침묵의 외침 속으로
나는 그대 존재의 빛과 향기를,
내 그리움의 노을을
풀어놓는다

이 시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가슴 속에서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사랑이랄까, 그리움이랄까 하는 본능적인 감정이 솟구쳤다. 인간의 언어로 다른 상대에게 이처럼 극명하게 사랑하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누군가로부터 언제나 옆에 있어 주어, 그리고 바쁘게 사느라 서로를 향한 감정을 헤아려볼 수조차 없던 사람으로부터 이처럼 무한한 사랑과 자유를 선사받은 그 뿌듯함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2년여 동안 나는 사랑하는 가족을 과감하게 떨치고 지구 남단 끝에 있는 나라 오스트레일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주변으로부터 많은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나는 한쪽으로 흘려버렸다. 단지 나의 가족의 이야기에만 귀기울였고, 그들의 격려에 고무되어 있었다. 큰애가 고 2, 3, 작은애가 중 1, 2학년이었으니, 이들을 동반하지 않은 유학의 길에 오를 수 있는 어미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제야 거기에 생각이 미친다.

그들은 나에게 한껏 날아오를 수 있는 자유의 날개를 달아 주었다. '사랑하는 엄마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밝아지기를 바라니까…', '사랑하는 당신이 정말 원하는 바를 하면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지. 그래야 당신이 행복할 테니까…' 나는 이렇게 그들의 사랑을 옷입고 그들이 기꺼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달아준 자유의 날개를 펼쳤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시에 독립적인 존재이며, 엄밀하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정서적 감정과 이성을 어떻게 조절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의 정신과 감정이 누구에겐가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자각하지 못한다. 우리는 저마다 소중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어떤 이에게는 부모, 자녀가 또 어떤 이에게는 친구나 사랑하는 연인이, 또 다른 이에게는 초월적이고 신적인 존재가 소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때때로 바뀌기도 하고, 이에 따라서 가치관과 행동 양식이 바뀌기도 한다. 그 이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소중한 이로부터 본능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소중한 이가 누구인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면, 깊이 그리고 고요히 내면에 침잠해 보라. 그리고 어떻게 그를 대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인간에게는 소유욕이 있어서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신의 초점이 머무는 것을 제 손에 쥐고 싶어하고, 이는 사람에게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일상사에서 살펴보면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등식이 성립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일단 이 등식이 성립되면 강한 소유욕이 발동해서 상대의 자유를 구속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소중하다는 이유로. 특히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같은 현상은 사회 관습과 제도와 관련하여 많은 가정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그 수위가 생활 자체에 지장을 초래함은 물론 사회적인 이슈로까지 확대될 정도이다.

오래 전 어떤 책에서 인간의 사랑의 농도는 1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을 읽고 스스로 놀란 적이 있다. 지고한 사랑이 100퍼센트일 때, 인간이 품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가 10퍼센트라는 사실은, 우리가 이 지상에서 살아가는 동안에 얼마나 미숙한 사랑을 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소유하고 싶어하게 마련이고, 한 순간에 이 소유욕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되거나 너무 지나치게 되면, 서로의 자유를 구속하게 되고 끝내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다.

나는 이 시를 통해서 시인의 사랑하는 마음과 그 사랑하는 만큼 자유를 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이 소중한 가정을 이루게 하며, 사랑하는 이로 하여금 삶을 마음껏 구가(?)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러면서 이 시를 읽는 이와 함께 자유함을 누리고 싶고, 그 해법을 찾고 싶다.

소중한 이, 사랑하는 이에게 자유를 선언하라! 당신이 선언한 자유는 사랑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다! '어느 누구도 둥지에 갇힌 새가 아니기에 제 깃을 치고 날아올라 창공의 자유를 노래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