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소통 없이 되는 일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성공의 조건으로 ‘소통의 리더십’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인지 소통의 기술을 익히려는 이들이 많습니다. 정치인, 기업인, 대학교수, 언론인, 법률가 등 지도급 인사는 말할 것 없고, 취업하려는 젊은이들도 소통기술을 익히려 애씁니다. 목회자들도 소통기술 습득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문을 가져봅니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면 훌륭한 사람인가? 이상범 목사님의 칼럼, 히틀러 이야기를 보면 전혀 생각이 달라집니다. 히틀러는 폭력으로 권력을 쟁취한 사람이 아닙니다. 당시 가장 이상적인 민주헌법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에 의해 민주적이고 합법적으로 독일 총통이 된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권력을 손에 넣고, 독재자가 된 것은 역설적으로 그의 소통 능력 때문이었습니다.

히틀러는 본시 별 볼일 없는 화가 지망생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사람을 설득하는 재능이 있음을 깨닫고 이를 개발하기 위해 전념했습니다. 식비를 쪼개 바그너의 가극을 보러 다녔습니다. 틈나는 대로 도서관에 가서 많은 책을 빌려 읽으며 군중을 설득할 식견을 쌓았습니다. 가톨릭교회의 포교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미국의 광고기술과 프로이드 심리학을 철저하게 연구했습니다. 전신을 비추는 거울 앞에서 웅변 연습을 열심히 하고, 주변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히틀러가 터득한 선전 기술 가운데 ‘허위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은 의심하지만, 엄청난 거짓말은 믿는 버릇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대중의 그런 심리를 잘 이용했습니다. 너무 많은 악은 대중을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에 모든 악과 불행의 근원을 유대인으로 한정시켰습니다. 그처럼 현명했던 독일인과 독일 교회가 히틀러의 소통 기술에 놀아났습니다. 독일 국민만이 아닙니다. 오늘날도 사기꾼과 같은 지도자, 대중 연설과 위장술에 능한 지도자로 인해 국가적으로 큰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옭아 매기 위해 사용한 방법 역시 나름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도구로 쓴 것입니다. 물론 예수께서는 저들처럼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신 분이 아닙니다. 그럼 예수님의 능력은 어디서 온 것인가? 마태가 증언하는 예수님의 성품에서 그 단서를 엿볼 수 있습니다.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죽이려 할 때입니다. “예수께서 아시고 거기를 떠나가시니 사람이 많이 좇는지라 예수께서 저희 병을 다 고치시고 자기를 나타내지 말라 경계하셨으니”(마 12:14). 이만한 일이면 자기를 나타낼 호재입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오히려 ‘나타내지 말라’고 경계하신 것입니다. 마태는 그 이유로 이사야의 말씀을 인용합니다. “보라 나의 택한 종 곧 내 마음에 기뻐하는바 나의 사랑하는 자로다 …그가 다투지도 아니하며 들레지도 아니하리니 아무도 길에서 그 소리를 듣지 못하리라”(마 12:18-21). 아무도 길에서 그가 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데, 사람들은 어떻게 그를 하나님께서 보낸 분이신지 알아보았는가? 바로 다음 말씀입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기를 심판하여 이길 때까지 하리니 또한 이방들이 그 이름을 바라리라 함을 이루려 하심이니라.” 자기 백성인 유대인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배척했는데 이방인들이 그를 바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마태가 절묘하게 묘사한 예수님의 참 모습은, 사람과 다툼을 피하고 하나님과 소통하신 분입니다. 상처받은 이들을 소리 내지 않고 도우신 분입니다. 복음서가 유별나게 예수님의 병 고치신 이야기를 많이 전하는 것은, 그분에게 그런 신통한 능력이 있음을 선전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가족으로부터, 마을 공동체로부터, 종교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한 이들을 가까이 하며 보살피신 분임을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예수께서는 그걸 위해서 세상에 오신 분입니다. 사람의 판단이 아닌 하나님의 판단을 더 중하게 여기신 분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분을 배우고, 그분을 따르고, 그분에게 몸 기대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습니다. 그분의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것입니다. 소통 기술에 매달리지 않고,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는 그분처럼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께서 소통 기술을 익히기 위해 전신을 비추는 거울 앞에서 ‘나는 할 수 있다!’고 반복하여 자기 최면을 거는 장면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