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여성 대통령’의 소리도 들려 옵니다. 정당별 여성후보가 세 명이나 나온 것은 한국 정치 역사에서 처음이라지요. 그만큼 낯선 경험이지만 새로운 변화의 모습으로 관심을 갖다보니, 이 시대에 필요한 여성 지도력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바람직한 여성 지도력이란 생물학적 여성에게 자연적으로 주어진 특성이라기보다 사회문화적 환경의 상호작용에서 얻어진 긍정적 여성성이라는 관점에서, 이를 생태학적 지향성을 갖는 ‘에코 리더십’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여성은 생태학적 연관을 잘 체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의 몸과 마음과 감성이 생명활동에 적합하게 발달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여성 지도력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중요하지 않을런지요.

사람에게서 생명이 깃들어 있는 곳은 몸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 때, 생명이 깃들어 있는 곳은 마을입니다. 마을들이 모여서 지구를 이루고, 지구는 우주에까지 연장됩니다. 몸에는 영이 깃들고, 마을에는 공동체 정신이 깃들고, 지구와 우주에는 우주적 그리스도의 영이 깃들어 있습니다.

영과 공동체 정신과 우주적 영이 깃들어 있는 곳에는 생명이 약동합니다. 생명은 살아 움직이며,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 생명체를 감싸고 있는 것과 끊임없이 교통합니다. 이 교통이 있기에 만물은 우주라는 집에서 서로 결합되고 서로 의존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이러한 생태학적 연관은 이 시대의 죽음/죽임의 문화로 인해 파괴되고 있습니다. 죽음/죽임의 문화는 군사주의, 물질주의, 생태계의 위기, 계급차별, 성차별, 인종차별 등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 죽음의 논리를 이기기 위해 생명은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이 저항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살림의 문화가 탄생하고 성장하여야 할 것입니다. 죽음/죽임의 문화가 깃들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활동이 필요하고, 암세포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확산되는 죽음/죽임의 문화에 대항하여 면역력과 저항력을 키우는 일도 필요합니다.

생명을 살리는 에코 리더십은 전통적인 지도력의 패러다임을 생태적인 지도력의 패러다임으로 전환시킬 때 비로소 강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에코 리더십의 패러다임은 공존과 공유의 원리, 자발성의 원리, 감성의 원리, 갈등의 수용과 극복의 원리, 카리스마 공동체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에코 리더십은 다른 것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하기에 지배와 복종의 관계를 넘어서고자 합니다. 다른 것을 수용할 때, 비로소 나의 것과 다른 것을 서로 보완하고,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에코 리더십은 자발성을 강화함으로써만 강력해집니다. 자발성은 각 사람의 요구와 필요를 존중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다양한 동기가 주어질 때 발현됩니다. 다양한 인재들이 네트워크 형태로 조직되고, 이 사람들이 각자의 능력과 동기에 따라 적절한 자리에서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일이 에코 리더십의 비결입니다.

셋째, 에코 리더십은 친밀감을 중시합니다. 이는 사물들의 생태적 연관에 맞는 감정입니다. 그러나 생태적 친밀감은 미소와 친절의 외양에만 머무르지 않고 고통의 기억과 그에 대한 책임적 동참이 필요한 능력이기도 합니다.

넷째, 에코 리더십은 결코 현실 세계가 조화와 균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환상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 세계는 서로 대립하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고, 따라서 갈등은 필연적이라는 것을 냉정하게 받아들입니다.

끝으로, 에코 리더십은 카리스마적 공동체 안에서 고도로 발휘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 사람이 서로 다른 은사를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은사들이 서로 교체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