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되겠다고 결심을 하고 교회일을 할 때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있었다. 인간적인 모습들이 그것이다. 그래도 평신도들이 그러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목사가 함께 그러는 것은 참으로 꼴불견이었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어릴적부터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외할머니 권사님의 기도와 4대째 내려오는 믿음의 가정에서 자라면서 보고 들은 것이기도 했다.

목회를 시작하면서도 설교가 단순히 지식전달이나 말재주가 아닌 삶 속에서 경험되어지고 은혜를 나누며 성령의 감동하심의 설교가 되도록 무진 애를 썼다. 목회 초년병 시절 인근의 큰 교회에서 목회하시는 분과 같은 마음으로 성경공부를 시작하려했으나 주위의 따가운 눈총과 질시로 한번 모이고 깨어지고 말았다. 순수한 마음과 생각이 무참하게 짓밟혀지고 말았다. 이것이 나에겐 큰 상처가 되었다. 그 후부턴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지내고 있다.

그래도 한 교회에서 10년쯤 목회하다보니 제일 힘이 드는 것이 설교이고 다음이 사람인 것 같다. 시골교회에서 목회하다보니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을 때 인근의 한 목사님을 아내를 통해서 만나게 되었고, 함께 말씀을 읽고 나누게 되었다. 나는 아직 10년도 채 못 되어 지쳐버렸는데, 20년이나 목회를 하신 그 목사님의 에너지는 존경스러움과 감탄이 절로 나와 그의 노하우를 배우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공동체성서연구’였다. 1시간이 되는 거리를 1-2년 정도 거의 매주 다니며 함께 말씀을 나누고 힘을 얻었다. 말씀을 읽고 나누다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서로 위로가 되었고 격려가 되어 돌아올 때는 말씀의 활력이 생겼다. 그러면서 점차 ‘공동체 성서연구’와 ‘에니어그램 영성수련’의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역의 목회자들과 나는 같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말씀을 나누기로 하였다. 처음엔 서로의 집을 돌아가며 말씀을 나누었지만 그것도 여의치가 않아 1-2달 후엔 아예 우리집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꾸준히 4명의 목사들이 모여 말씀을 나누고 있다. 공동체 성서연구 본문을 사용하여 해설이나 지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본문을 읽고 나누며 신학적 조명을 한다. 그것이 좀 정확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은혜를 받는데 지장이 없으면 채택한다. 그 부정확성이 본문의 의미를 크게 훼손시키지 않는 한 성서는 우리에게 더 큰 진리를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도 신학을 7년씩 한 사람들이니까 넘어갈 만 하다. 성서의 기록자는 왜，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말했는지? 그 말 속에 들어 있는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말씀을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농촌의 현실 속에 어떻게 적용하고 전달할 것인지? 더 나아가 그 말씀을 전달하기 위해 어떤 예를 들어 사용할 것인지를 서로 나눈다. 그 예는 예화집이나 유명한 설교자의 설교집이나 또는 목회 자료집에는 없는 ‘따끈따끈’한, 살아있는 예화이다. 그것은 목회자들이 농촌에서 자신의 ‘삶’으로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깨달았던 일상 속에서 나오는 예화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한 편의 설교가 나온다. 우리의 고민 속에서 나온 그 설교는 농촌의 교인들에게 은혜로운 말씀으로 전달된다. 설교란 자신의 몸으로 체득하지 않으면 허공을 맴도는 공허한 소리로 흘려 지는 것이다.

가끔씩 우리 모임에 오던 순복음교회 목사가 있다. 너무 어려운 지역의 교회라 능력있는 부인이 서울로 떠나고 힘들어하던 때에 함께 말씀을 나누게 되었다. 매월 한권씩 주는 햇순이지만 그에겐 매주 주시는 본문이 참으로 귀한 생명수였다고 고백한다. 요즈음은 아직 영발(?)이 안 떨어졌는지 잘 참석치 않지만 가끔씩 전화가 온다. 이 시간 이 자리가 그립다고...

이 모임의 목사들을 위해 매주 식사를 준비하는 아내의 따뜻한 손길이 있다. 2년 정도 밖에 안됐지만 참으로 많은 요리가 맛보여졌다. 큰 준비가 필요없는 된장국으로부터 자라탕, 가물치곰국, 홍어탕, 찜, 회, 버섯초회, 무침, 덮밥, 국, 붕어찜 등등 이것도 하나의 작은 공동체이리라.

그러나 우린 이 모임을 공동체라 부르기를 아직은 좀 꺼린다. 그저 순수하고 끈끈한 정이 넘치는 시골 농부의 모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매주 모이다 보니 주위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생명농사를 실천하려고 하는 목사들을 만나게 되었고, 지난 3월에는 장신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생산품은 그리 많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법으로 생산하고 나누기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농촌목회를 준비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마음을 모았다. 이 달부터 농촌체험(두부 만들기, 황토염색, 농사체험, 복숭아시식, 온천욕, 풍물 및 각종 문화체험 )을 상품화하기로 하였다. 농촌과 도시가 함께하는 공동체로의 새로운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