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100호! 햇순 창간호를 만들 때 함께 고민하며 일했던 실무자의 한 사람으로서 감개가 무량하기만 합니다. 햇순 100호를 축하하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햇순 창간호를 준비하던 준비위원들의 공감입니다. 그 공감의 한 가운데에는 설교의 홍수, 말씀의 기근이라는 척박한 한국교회의 현실, 그런 척박함 속에서도 몸으로 성서를 읽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척박함을 뚫고 나오는 진정한 힘이 무엇일까를 묵상하다 메마른 땅에서 나오는 햇순(이사야서 53 : 2)을 마주했습니다. 이처럼 말씀의 기근으로 처한 척박함에 대한 안타까움, 그 척박함 속에서 나오는 햇순에 대한 그리움, 햇순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지금의 시점에서 ‘햇순’을 생각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이미지는 ‘사람들’입니다. 햇순을 시작할 수 없는 조건 투성이였지만 그 상황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강원도 태백에서 목회하고 있는 김상국 전도사님(당시). 지금은 고물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커다란 맥킨토시 컴퓨터로 편집하며 밤새우기를 밥 먹듯이 하던 모습이 선명하기만 합니다. 호형호제 하면서 위로하고 힘을 주셨던 이은재 목사님과 윤명선 전도사님. 어려운 주제를 표지로 잘 표현해 준 김성렬 씨. 그는 전문 표지 디자이너를 둘 형편이 아니었지만 표지 디자인을 맡아주었기에 창간을 서두를 수 있었습니다. 창간부터 지금까지 난해구 해설로 성서와 평신도들의 다리를 놓아주신 민박사님과 정갈하고 깊이 있는 글로 성서의 눈으로 세상을 해석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신 하태영 목사님. 두 분은 원고료도 없이, 시작은 했지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기획없는(?) 연재를 위해 마음으로 함께 하셨습니다. 창간할 때 무조건적으로 광고로 협조해 주신 최태섭 한국유리 회장님과 (주)서광의 장익룡 회장님. 지금은 고인이 되신 최 회장님은 청부(淸富)의 이미지를 햇순에서도 그대로 보여주셨습니다. 발행인으로서 필자로서 번역가로서 온 정성을 마다하지 않으신 김영운 목사님. 아마 그의 순수한 열정과 끈질김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와 함께 고락을 함께한 동역자 윤명선 전도사님이 없었다면, 아마 햇순은 창간될 수도, 오늘까지 지속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햇순의 사람들이 척박함을 뚫고 햇순을 창간했듯이 그 이후 많은 ‘사람’들이 햇순을 100호까지 자라게 했습니다. 햇순에 아주 작은 글씨로 써있는 “몸으로 성서를 읽는 사람들의 소식”이라는 글귀가 오늘은 아주 커 보입니다.

‘햇순’ 100호 기념 모임 안내 “모두 모두 보고 싶어요.” 일시 : 2004년 10월 7일(목) 저녁 6시 장소 : 프레지던트 호텔 "햇순" 100호를 기념해서 햇순 독자, 공동체 성서연구연대, 에니어그램 수련자, 다솜학교, 작은교회 등 공동체운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모여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