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007

 

 

 

 

 

 

 

 

 

 

 

 

  강정규 연재동화

 

새 가 날 아 든 다. (7)

 

 

 

 

 

 

 

 

 

 

 


강 정 규

동화작가,
"시와 동화" 발행인,
단국대 초빙교수.






 



제사

아들 며느리네 들이닥친다. 손주들도 왁자지껄. 어이구 우리 강아지들, 어서 오너라 어서 와! 할멈은 손주만 보면 언제나 호들갑이다. 사촌네 육촌네도 들고 나며 음식 준비. 할아버지는 노심초사, 손주 절 받고 나더니만
“저기 저 막대기 건들면 절대 안된다. 알았느냐?”
아뿔싸, 말한 것이 잘못인가 이것 보게나
“저 막대기 뭐 하는 건데, 할아버지?”
손주놈이 다그친다.
“저것이 뭣이냐 하면 바지랑대라 하는 것인디, 빨랫줄 늘어지지 않게 받쳐놓는 물건이라.”
“그걸 왜 건들면 안되는데, 할아버지?”
내 이럴 줄 알았지, 오히려 모르는 척 그냥 놔두니만 못했구나.
“그것이 시방 기둥이거든.”
“무슨 기둥, 할아버지?”
“집을 받치는 기둥이지.”
“무슨 집인데. 할아버지?”
“저기 저 빨랫줄에, 검정 조끼가 걸려 있지? 그 조끼 위에 걸쳐놓은 지붕아래……”
“그 아래 뭐가 있는데? 그 속이…… 아, 새집이구나. 그렇지 할아버지?
“…….”
“꿩? 꿩이 저기다 알을 또?”
“꿩이 어찌 조끼주머니에 알을 낳겠느냐. 딱새란 놈이, 고모가 사 보낸 나일론 조끼주머니 속에……”
“딱새? 얼마나 작은데? 알이 몇 갠데, 할아버지?”
“……(이거 큰일이 나도 단단히 났군.)”
“어떻게 생겼어? 꿩알보다 작지? 그치?”
“이 할애비 손톱만헌디, 알록달록 회색 점과 붉은 점이 있더구나.”
“보여줘, 할아버지!”
“……”
“보여줘, 응?”
“어미 새가 놀랄 게다.”
“가만히 살짝!”
“절대 안돼!”
할아버지와 손주 된다 안된다 밀고 당기고
“저 녀석들, 큰일 났네. 할애비가 몰리나보다!”
지나가던 할멈이 귓속말로 한마디 하고
“종수, 너 또 그럴 거야?”
며느리가 힘주어 두 눈을 흘기는구나.
할아버지, 샐쭉해진 손주놈 달래는데
“개울가에 가설라무니 깨끗한 모래 한 주발 담아 오너라. 제사 지낼 때 쓸 모사 茅沙 만들게스리. 그러고 내일 아침 조용해지면 내 꼭 한번 보여주마.”

시루떡 찌느라고 부엌문 밖으로 김이 뭉게뭉게
목기 꺼내 물행주질, 향나무도 깎아놓고
제사상도 내려놓고 병풍도 꺼내놓고
겉껍질 벗겨 물에 담갔던 밤 속껍질 칼로 치고
사랑채에 바깥손님 날 저물며 음식 접대
안방에는 안손님들, 부산하게 들고 난다.
종수는 먹을 갈고, 할아버지 한지 한 장 꺼내
가로 6센티미터 세로 22센티미터
곱게 자른 한지 위에 지방 紙榜을 모시는데

顯考 學生府君 神位 현고 학생부군 신위
顯? 孺人安東權氏 神位 현비 유인안동권씨 신위
병풍을 세워놓고, 좌우 양편에 촛대 세우고
첫째 줄에 과일 조과 造菓, 홍동백서 紅東白西 진설 陳設 하고,
둘째 줄에 좌포우혜 左胞右醯 생동숙서 生東熟西로 진설하고
셋째 줄에 탕 湯을 놓고, 넷째 줄에는 적 炙과 전 煎이라
다섯째 줄에는 메(밥)와 갱(국)을 고서비동 考西 婢東으로 진설하는데
“그렇지만, 지방마다 집집마다 형편 같을 수 없으니 ‘남의 집 제사에 감놔라 배 놔라 한다’는 속담처럼 진설에는 참견을 금하는 법이로다.”
할아버지가 제상 머리에서 이래라저래라 감독하다가 한마디 하는구나. 이때 종수는 달빛 깔린 마당 가운데서 바지랑대를 지키는데, 할아버지 제사 준비로 자리를 비우는 사이 놀랍게도 새 둥지를 종수에게 맡겼던 것이다.
“할애비는 종수를 믿제. 니는 우리 가문 장손 아닝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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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동백서 紅東白西 :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2. 좌포우혜 左胞右醯 : 포(육포, 북어 등)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에 놓는다.
3. 생동숙서 生東熟西 : 익힌 나물(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등)은 서쪽, 김치는 동쪽에 놓는다.
4. 고서비동 考西婢東 : 진설법에 따라 신위, 메, 갱, 술잔을 놓을 때 아버지는 서쪽, 어머니는 동쪽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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